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수각류 육식공룡인 트로오돈이 알을 낳고 번갈아 품는 모습./Alex Boersma/PNAS

공룡이 남긴 알 화석에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겉보기에 현대 파충류의 알과 비슷한 구조인데 처음부터 그렇게 생겼는지 아니면 화석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논쟁이 이어져 왔다. 과학자들이 이 미스터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대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중국과 스페인, 미국에서 발굴된 공룡들의 알 화석을 정밀 분석해, 독특한 껍데기 구조가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혔다”고 31일 발표했다. 공룡 알은 처음부터 오늘날 파충류 알과 구조가 비슷했다는 말이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알껍데기는 배아를 둘러싼 막에서부터 광물이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이때 일반적인 조류의 알껍데기는 광물 결정이 막에서부터 나뭇가지 모양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자란다.

하지만 공룡알 화석에서는 ‘이차 알껍데기 단위(Secondary Eggshell Unit)’라는 독특한 구조가 발견됐다. 이차 알껍데기 단위 구조에서는 나뭇가지 모양의 광물 결정이 막뿐 아니라 다른 위치에서도 시작된다. 마치 단순한 구조가 반복되면서 복잡한 도형을 이루는 ‘프랙탈’ 구조와 비슷하다.

이런 구조는 일부 거북이나 악어의 알에서도 나타난다. 당연히 오늘날 생물의 알 구조는 생물학적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공룡알의 이차 알껍데기 단위 구조도 생물학적으로 생긴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최승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생물학적 구조라고 보았지만, 유럽 연구자들은 화석화로 인한 구조라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진은 전자현미경으로 공룡알 화석과 오늘날 거북과 악어의 알을 비교했다. 결정 구조를 분석한 결과, 공룡알의 독특한 구조는 유기물 섬유를 기반으로 광물 결정이 자라나며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날 거북, 악어와 같은 파충류와 유사한 방식이다. 연구진은 만약 화석화 과정에서 생긴 구조라면 결정들이 무작위로 자라야 했지만, 공룡알의 모든 결정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며 자란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알껍데기를 확대한 사진.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이차 알껍데기 단위 구조가 시작되는 부분이다./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다만 악어와 거북, 악어 모두 알껍데기 구조는 비슷하지만, 그 안의 광물 종류는 달랐다. 연구진은 “공룡과 현대 파충류가 같은 생물학적 원리를 공유하지만, 환경과 종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조류(非鳥類) 소형 공룡인 마니랍토라(Maniraptora)의 알 화석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차 알껍데기 단위 구조가 줄어들었다. 새의 조상이 아닌 모든 공룡은 비조류 공룡으로 불린다. 연구진은 “공룡이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알껍데기 형성 메커니즘 역시 더욱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로 이차 알껍데기 단위 구조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발견은 공룡이 오늘날의 조류, 파충류와 진화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뒷받침한다. 장슈캉(Shukang Zhang) 중국과학원 척추동물고생물학 및 고인류학 연구소 연구원은 “공룡의 알껍데기 구조가 단순한 화석화의 결과가 아니라, 생물학적 발달 과정의 일부였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공룡과 현대 동물 사이의 진화적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최승 연구교수는 “이 연구는 중국에서 열린 공룡알 학회에서 연구자들과 논의하다가 시작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대 생물과 고생물 시료를 함께 분석하면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융합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t1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