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로 유명한 물고기 ‘흰동가리’<사진>가 온난화로 해수가 뜨거워지면서 몸집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파푸아뉴기니 해역에 서식하는 흰동가리의 몸길이를 5개월간 측정한 연구를 통해 이들이 폭염 때 몸길이를 줄이는 능력을 갖춘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파푸아뉴기니 킴베만에 있는 해양 보전 연구센터와 공동으로 2023년 해양 폭염이 발생한 5개월간 산호초에 사는 흰동가리 암수 67쌍(134마리)의 몸길이를 매월 측정하고 4~6일 간격으로 수온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암컷은 48마리(71.6%), 수컷은 53마리(79.1%)가 관찰 기간에 한 번 이상 몸길이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몸길이가 줄어든 흰동가리 중 59%는 5개월 중 한 번만 몸이 줄었으나, 41%는 해양 폭염이 발생하는 동안 수차례 몸길이가 줄었다. 연구팀은 “흰동가리의 몸 축소가 해양 폭염 중 흔히 발생하는 일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몸길이를 줄이는 것이 폭염 속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였고, 특히 번식 상대와 함께 몸을 줄일 때 생존 가능성이 더 컸다. 폭염 기간에 죽은 흰동가리는 암컷 5마리와 수컷 6마리였는데, 몸길이가 줄어든 개체의 생존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최대 78%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흰동가리가 몸을 줄이는 것은 폭염 때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 진짜 몸이 짧아지는 것”이라며 “흰동가리가 얼마나 빠르게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개체별로 얼마나 유연하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몸집을 줄이는 것은 흰동가리뿐만이 아니다. 2022년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녹색제비, 미국지빠귀 등 새들의 체질량은 지난 30년간 1~2%씩 줄어들었다. 표면적 대비 부피를 줄이는 것이 열 방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사는 새들 역시 한층 덥고 건조해진 기후에 맞춰 몸집을 줄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땅다람쥐는 지난 20년간 몸통이 작아지고 뒷발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