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투시경처럼 어두운 곳에서도 적외선을 이용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가 개발됐다. 군사 목적이나 인명구조 등 여러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은 물론, 색맹 환자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허페이 과학기술대 연구진(UST)이 나노 입자를 이용해 나노미터 파장의 근적외선을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파장으로 변환해 주는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고 23일 네이처지가 보도했다. 무거운 야간 투시경을 쓰지 않아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22일 국제학술지 셀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들은 콘택트렌즈에 나노입자(nanoparticles)를 주입해 적외선(800~1600nm)을 사람 눈에 보이는 빛(400~700nm)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들다. 해당 렌즈 한 쌍을 만드는 데는 약 200달러(약 27만원)가 든다고 한다.
적외선은 본래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파장대에 있다. 일부 동물이 이 빛을 감지할 수 있지만, 뚜렷한 이미지를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사람이 적외선을 보려면 야간 투시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야간 투시경은 크고 무거운 데다 작동을 위해선 전원이 필요하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콘택트렌즈는 전원이 필요 없고, 녹색으로만 사물을 보여주는 야간 투시경과 달리 풍부한 색채로 적외선 이미지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연구진은 이터븀·에르븀 등 희토류 금속으로 만든 나노입자를 무독성 고분자 물질에 넣어 소프트 렌즈를 만들었다.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나노입자를 렌즈에 넣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한다.
연구진이 이후 해당 렌즈를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렌즈를 착용한 생쥐는 적외선이 나오는 상자보다 어두운 상자를 택한 반면, 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생쥐는 두 상자 모두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외선 렌즈를 착용한 생쥐의 눈에 적외선이 보여 피한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실제 렌즈를 낀 쥐의 경우 적외선을 비췄을 때 동공이 수축했고, 뇌 영상을 분석했을 때 시각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하는 것도 확인했다.
단점도 있다. 나노입자가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에 화질이 아직은 흐릿하다는 것이다. LED처럼 강한 적외선 신호만 볼 수 있고, 기존의 야간투시경처럼 약한 신호까지 증폭해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팀은 그럼에도 향후 해당 기술이 더 발전하면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색맹환자에게 쓰면, 색맹인에게는 볼 수 없는 파장을 볼 수 있는 색상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적외선으로 전송되는 비밀 메시지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사람에게만 보이게 하는 식의 암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적외선 형광을 이용한 암 수술 등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투시 장비 없이도 병변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더 감도 높고 효과적인 렌즈를 개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