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앳킨슨 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로버트 앳킨슨(Robert Atkinson)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22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열린 ‘2025년 상반기 국가전략기술 혁신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앳킨슨 회장은 이날 “한국은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세계 질서와 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며 “특히 미중 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지금, 한국의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ITIF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금속, 디스플레이,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양자기술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생명과학, 의약, IT(정보기술) 등 미국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는 여전히 약세다. 앳킨슨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가진 기술적 강점은 무시할 수 없다”며 “한미 간 협력이 중국 견제를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스티븐 에젤 ITIF 글로벌 혁신정책 부회장도 “한국은 컴퓨터와 전자제품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미국은 의약품과 IT 서비스에 강하다”며 “양국은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앳킨슨 회장은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우주, AI와 같은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낼 잠재력이 높으나, 그 이상을 봐야 한다”며 “혁신을 만들기 위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전 세계로 나아가며 성장할 만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피터팬 신드롬’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앳킨슨 회장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허가 중심의 규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며 “혁신을 위해서는 무허가 기반의 개방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고, AI나 핀테크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서는 사전 규제가 아닌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은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앞으로의 경제는 소프트웨어와 AI의 결합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곧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