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다양한 뱀독에 효능 있는 해독제가 개발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명적으로 분류한 19종 독사에게 유효한 해독제가 이번에 나오게 된 데는 독사에 초(超)면역력을 확보한 50대 남성의 역할이 컸다. 이 남성은 18년 동안 200여 차례 독사에게 고의로 물리고, 뱀독을 주사로 맞는 방법으로 무려 856회 인체에 독을 주입해 초면역력을 확보했다.

미 국립보건원(NIH), 컬럼비아대 의대, 바이오 기업 센티백스 등 공동 연구진은 다양한 뱀독에 면역을 가진 남성의 항체를 활용해 역대 가장 범용성이 뛰어난 해독제를 개발했다고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기존 해독제는 뱀독을 말이나 양에게 주입해 생성한 항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동물의 항체를 기반으로 한 해독제는 인체 주입 때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으로 쇼크 등 부작용이 종종 있었다. 또 독사의 종류에 따라 일일이 해독제를 개발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다.

이번 연구진은 다양한 뱀독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의 항체와 독소 억제 화합물 등을 조합해 해독제를 만들었다. 실험쥐에게 주입했더니 킹코브라, 블랙맘바 등 독사 13종의 독소에 100% 해독 효능이 있었다. 아라비아 코브라를 비롯한 6종 독사에 대해서는 부분적 해독 효능이 확인됐다.

WHO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180만~270만명이 독사에게 물려 8만~13만명이 사망한다. 30여 만명은 신체 일부를 쓸 수 없는 등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입는다. 독이 신경 신호 전달을 차단해 근육이 마비되거나, 세포막을 파괴해 조직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횡격막이 마비돼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하거나, 조직이 괴사돼 중상을 입는다.

연구진은 “이번 해독제는 온전히 인간 항체를 기반으로 한 범용 해독제로 최초 사례”라며 “기존 해독제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더 다양한 독에 효능 있는 해독제 개발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선 인체 임상과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을 거쳐야 해독제 출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