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에서 자기관리법 중 하나로 ‘도파민 디톡스’가 인기다. 폭식이나 게임, 무한 스크롤(화면 내리며 보기) 같은 자극적인 활동을 끊어 뇌의 도파민 분비를 줄이면, 집중력이 좋아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과학자들이 도파민 디톡스를 정면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파민이 자극을 받고 행복이나 쾌감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회피 학습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존에 꼭 필요한 일에 관여하는 만큼 무턱대고 줄이면 안 된다는 말이다.
탈리아 러너(Talia Lerner)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도파민이 단순히 기분 좋은 일을 할 때만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이 아니라, 위험을 인식하고 피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꼭 필요한 신호라는 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3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도파민의 작동 과정을 살폈다. 쥐에게 특정 소리를 들려준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불쾌한 자극을 주는 일을 반복했다. 동시에 소리를 듣고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 자극을 주지 않았다.
나중에 쥐는 소리가 나면 바로 자극을 피할 수 있는 쪽으로 이동한다. 학습이 이뤄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때 뇌에서 동기와 학습에 관여하는 측좌핵 부위의 도파민 신호를 기록했다.
관찰 결과, 실험 초기에는 불쾌한 자극이 닥칠 때 바로 도파민이 증가했다. 학습이 진행되자 도파민 반응은 자극 전 소리가 날 때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쥐가 자극을 능숙하게 피하게 되자, 도파민 반응은 점점 사라졌다.
반면 쥐가 아무리 이동해도 자극을 피할 수 없도록 조건을 바꾸자 도파민 신호는 다시 학습 초기의 패턴으로 되돌아갔다. 도파민이 환경을 예측하고 행동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앞서 도파민이 위험 신호나 고통스러운 자극에도 반응한다는 걸 밝힌 연구들은 많았다. 이번 연구는 도파민 반응이 단순히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학습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되는 것을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가브리엘라 로페즈(Gabriela Lopez) 박사과정 연구원은 “도파민은 좋거나 나쁜 일에 반응할 뿐 아니라, 상황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적응하는 데 관여한다”며 “복잡한 기능을 가진 도파민을 무조건 줄여야 할 대상으로 보는 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파민 디톡스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도파민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학습 도구이며, 완전히 없애려는 시도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도파민 반응의 변화가 불안장애나 강박장애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뇌가 위험을 과대평가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데, 도파민 신호의 비정상적인 작동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페즈 연구원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만성 통증, 우울증, 중독 등과 관련된 도파민 반응도 더 깊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5), DOI: https://doi.org/10.1016/j.cub.2025.04.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