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이 지난 4월 말 쏘아 올린 바이오매스 위성이 찍은 남미 볼리비아의 열대우림 지역의 레이더 영상이다. 이 위성에는 지상에서 반사된 전자파를 합성해 하나의 이미지로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가 실려 있다. 위성은 고도 666㎞ 상공을 초속 7.5㎞ 속도로 날며 길이 90㎞, 폭 60㎞ 지역을 촬영했다.

각각의 색상은 지형의 뚜렷한 특징을 보여준다. 초록색은 열대우림을, 빨간색은 삼림 범람원과 습지를, 청자색은 초원을, 검은색은 강과 호수를 나타낸다. 사진의 오른쪽이 북쪽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북쪽 지역 상당 부분이 초원으로 변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볼리비아의 열대우림은 최근 심각한 불법 삼림 벌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만 년 동안 강과 습지 주변에 무성하던 나무와 수풀은 불과 수년새 인간 탐욕에 사라졌다.

ESA가 6월 23~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리빙 플래닛 심포지엄(Living Planet Symposium)에서 바이오매스 위성이 찍은 첫 사진들을 공개하자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 곳곳에서 포착된 경이로운 장면에 박수를 보냈다. ESA는 이 자리에서 “바이오매스 위성의 성공적 발사로 지구의 숲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또 지구 탄소 순환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이해하는 인류 능력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유럽우주국(ESA)의 바이오매스는 P밴드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싣고 있는 최초의 위성이다. 이 레이더는 파장이 약70㎝로 길어서 삼림 수관을 관통해서 나무 줄기, 가지, 줄기 등 울창한 숲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나무 줄기는 나무가 탄소를 가장 많이 저장하는 곳이다. /ESA

3년마다 개최되는 이 행사는 세계 최고의 지구 관측 행사로 손꼽힌다. 올해 행사는 ‘기후 행동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열렸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에는 지난 4월 29일 남미 프랑스령 쿠루 우주발사센터에서 베가C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바이오매스 위성이 찍은 이미지들이 가장 관심을 모았다.

바이오매스 위성은 전 세계 산과 숲의 탄소 흡수 능력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개발됐다. ‘지구의 녹색 허파’라고 불리는 숲은 매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약 80억t을 흡수한다. 하지만 열대 지역의 불법 벌채와 황폐화로 탄소가 다시 대기로 방출되면서 기후 변화를 악화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숲의 정확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매스 위성에는 P 밴드 SAR가 실려 있다. 한국의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5호에도 실려 있는 SAR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P 밴드는 그중 가장 긴 파장을 가지는 대역이다. 긴 파장은 지표면 아래까지 투과할 수 있어 지표면의 식물과 토양 연구에 사용된다. P 밴드 SAR는 수평과 수직의 4가지 전자파 조합을 통해 얻은 영상으로 지표면 특성을 분석한다. 사진 이미지는 지표면 물체에 따라 빨강·초록·파랑(RGB)으로 표시된다.

전문가들은 바이오매스 위성이 찍은 사진은 지구가 탄소를 저장하는 방식과 기후 변화가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림에 저장된 탄소 저장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SA는 바이오매스 위성이 발사한 지 두 달 만에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직 시험 운영 단계에 있지만, 초기 이미지를 통해 충분히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ESA는 바이오매스 위성이 지난 5월과 6월에 걸쳐 촬영한 지구의 숲과 사막, 빙하 모습을 공개했다.

◇볼리비아의 열대우림과 베니강

유럽우주국(ESA)의 전자광학 위성인 센티널-2 위성이 볼리비아 베니강 일대를 촬영한 사진(위)과 같은 지역을 바이오매스 위성이 촬영한 사진./ESA
남미 볼리비아에서 금 채굴 과정에서 수은 오염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베니강 주변 지역. 곳곳이 파헤쳐져 있다. /로이터

바이오매스 위성의 강점은 전자광학 위성 사진과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바이오매스 위성이 찍은 사진과 ESA가 운영하는 전자광학 위성인 코페르니쿠스 센티널-2 위성이 찍은 같은 지역 사진을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위성 사진은 산림이 보유한 탄소 저장량에 관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 센티넬-2 위성 사진은 숲의 꼭대기 부분만 보여준다. 반면 바이오매스 위성은 높이에 따른 바이오매스를 밝혀내는 능력에 있다. 이는 수관(식물에서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의 윗부분)을 투과해서 전체 산림 구조를 보여주는 장파장 레이더 덕분이다. 바이오매스 위성은 탄소 계산에 필수적인 삼림의 입체(3D) 구조까지 제공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숲의 탄소 저장량을 정확하게 추정하고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열대우림의 역할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브라질 북부 아마존 열대우림

바이오매스 위성이 브라질 북부 아마존 열대우림 상공을 날며 포착한 첫 이미지. /ESA

바이오매스 위성은 지난 5월 22일 브라질 북부 아마존 열대우림 상공 666㎞를 날며 첫 이미지를 찍었다. 사진 속 아래 지역의 분홍색과 붉은색은 습지를 나타낸다. 이는 바이오매스 위성이 울창한 초목을 뚫고 숲 바닥까지 감지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강을 따라 두드러지게 보이는 붉은색은 홍수가 났을 때 하천이 범람해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삼림 범람원이다. 반면 짙은 녹색으로 표현된 북쪽 지역은 험준하고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삼림 지역임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할마헤라섬의 화산 열대우림

인도네시아 북부 말루쿠 제도의 최대 섬인 할마헤라(Halmahera)의 열대우림과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산악 지형. /ESA

인도네시아 섬들의 열대우림 모습도 공개됐다. 인도네시아 산림은 목재 석탄 발전소의 증가와 목재 펠릿 수출이 늘면서 삼림 벌채, 서식지 감소, 탄소 배출량 증가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지역은 인도네시아 북부 말루쿠 제도의 최대 섬인 할마헤라(Halmahera)의 열대우림으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산악 지형이다. 이 섬에는 모두 5개의 활화산을 포함해 16개의 화산이 있다. 북쪽 해안 근처에 보이는 감코노라(Gamkonora) 산도 그중 하나이다.

바이오매스 위성의 레이더는 화산의 윤곽과 주변 삼림의 지형도 함께 포착했다. 레이더의 전자파는 우거진 수풀을 뚫고 삼림 바닥까지 투과할 수 있어 지형 특성도 함께 보여준다. 이 위성이 바이오매스와 지형을 모두 지도화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봉의 숲과 이빈도강

적도 부근인 아프리카 가봉의 이빈도국립공원 상공에서 포착한 열대우림. 사진 한가운데로 이빈도강이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ESA

바이오매스 위성이 적도 부근인 아프리카 가봉의 이빈도국립공원 상공에서 열대우림을 포착한 장면이다. 사진 한가운데로 이빈도강이 선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강과 지류를 제외하면, 이미지는 대부분 녹색을 띠는데 이는 울창한 숲을 나타낸다.

이 레이더 전자파가 숲의 나뭇가지와 잎을 통과해서 지형 특징까지 뚜렷하게 드러낸다. 위성은 우주 궤도를 날며 길이 약 100㎞, 너비는 60㎞에 걸쳐 있는 영역을 촬영했다.

◇차드의 사하라 사막 구조

바이오매스 위성이 아프리카 사하라 최북단에 있는 티베스티산맥의 지하에 묻혀 있던 고대 강바닥과 지질 구조의 형태를 포착했다. /ESA

P 밴드 레이더는 사막의 지표면 아래 최대 5m까지 침투해서 건조한 지형 아래 묻혀 있던 고대 강바닥과 지질 구조를 살펴보는 데도 활용된다.

바이오매스 위성은 지난 5월 아프리카 중부 차드의 사하라 사막 위를 날다가 모래 아래 숨겨진 구조물들을 찍었다. 이 사진은 가로 100㎞, 세로 60㎞의 지역을 촬영한 것으로 사하라 최북단에 있는 산맥인 티베스티산맥의 일부를 담고 있다.

과학자들은 P 밴드 레이더로 과거 기후를 이해하고 사막 지역의 화석 수자원을 탐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극횡단산맥 가로지르는 님로드 빙하

바이오매스 위성의 P 밴드 레이더는 남극 빙하의 얼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어 내부 얼음 구조와 유속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ESA

ESA는 바이오매스 위성의 마지막 이미지로 남극 대륙의 얼어붙은 풍경을 공개했다. 사진은 남극의 님로드 빙하가 남극횡단산맥을 따라 로스 빙붕으로 흘러드는 모습을 담고 있다.

P 밴드 레이더가 쏘는 0.7m의 장파장은 얼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어 빙하 구조와 유속을 추적하는 능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시대의 해수면 상승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빙하 역학과 안정성에 대한 핵심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탄소 순환, 탄소 흡수와 배출 정확도 높여

지난 5월 7일 유럽우주국(ESA) 바이오매스 위성의 우산형 안테나가 활짝 펴지는 이벤트가 우주 궤도에서 펼쳐졌다. /ESA

바이오매스 위성에 장착된 P 밴드 레이더는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가, 위성의 상징인 지름 12m의 우산형 안테나는 미국의 L3해리스가 각각 개발했다. 위성이 발사된 지 약 1주일 뒤인 지난 5월 7일에는 이 우산형 안테나가 활짝 펴지는 이벤트가 우주 궤도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ESA는 정확한 숲의 탄소 흡수량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P 밴드 레이더만으로는 산림의 바이오매스의 값을 직접 얻을 수는 없다. 식물종과 생태계의 다양성이 너무 커서 우주에서 쉽게 분류하기 어려운 열대우림의 경우, 지상 검증이 필수적이다. 대신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나무 샘플에서 측정한 값을 탄소 저장량을 추산하는 대리 지표로 사용한다.

실제로 산림 과학자와 식물학자, 기술자들이 숲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 보유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브라질과 페루, 콜롬비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나무줄기의 굵기와 길이 같은 바이오매스 값들을 측정하고 있다. 나무가지와 줄기는 탄소가 가장 많이 저장되는 곳이다.

올리브 필립스 영국 리즈대 교수는 “아마존에만 1만 종이 ​​넘는 나무가 있다”며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된 위성도 지상의 도움 없이는 마호가니와 브라질너트 나무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식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브라질 마투그로수주 노바 샤반티나 인근 숲에서 나무의 치수를 측정하고 있다. /ESA

과학자들은 바이오매스 위성의 발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산림 우주 시대(Forest space era)’가 열렸다고 말한다. ESA는 이미 우주 궤도에 진입했거나 곧 발사되는 산림에 초점을 맞춘 ‘하늘의 눈’이 요즘처럼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바이오매스 위성 외에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운영하는 라이더(빛 레이더) 장치인 GEDI(전 지구 생태계 역학 조사), NASA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SAR 장비인 NISAR, ESA의 또 다른 위성인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 위성,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위상배열형레이더위성인 첨단지구관측위성(ALOS)이 운용 중이거나 발사될 예정이다.

ESA는 앞으로 5년간 전 세계 삼림의 입체(3D) 지도를 생성하고 삼림의 높이와 지상의 바이오매스를 추정하는 전 세계 지도 5종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 저장, 산림 건강과 산림 생태계의 시간적 변화에 대한 이해를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학계는 이를 통해 지구의 숲이 어떻게 변화하고 탄소 순환에 이바지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지구적인 삼림 지역에 일관된 정보를 제공하고 기후 모델 개발과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탄소 회계에서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구의 푸른 허파로 불리는 숲은 해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약 80억t을 흡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하지만 열대 지역의 산림 황폐화와 벌채는 숲에 저장된 탄소의 상당 부분을 대기로 방출해서 기후 변화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구의 탄소 순환을 정량화하는 것은 산림이 겪고 있는 급격한 변화와 그에 따른 기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K. Ooms-Wa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