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해 아시아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전역이 전례 없는 기후 재난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WMO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해 아시아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전역이 전례 없는 기후 재난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 해양열파, 빙하 유실, 극단적 강수 등 다양한 기상 재해가 기록적 수준에 달했으며, 이는 이미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의 평균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1.04도 높았으며, 이는 관측 이래 가장 높거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아시아의 온난화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 지역은 4월부터 11월까지 장기 폭염에 시달렸다. 한국은 4월, 6월, 8월, 9월에 걸쳐 월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9월에는 평년보다 4.2도 높은 기록적 고온을 보였다. 일본과 중국 역시 여러 달에 걸쳐 월평균 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시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아시아 해역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 상승률은 0.24도로, 이는 전 지구 평균(0.13도)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해는 1993년 이후 해양 열파 영향 면적이 가장 넓은 해로, 북인도양, 일본 근해, 황해(서해), 동중국해 등에서 열파 강도가 ‘심함’ 또는 ‘극심함’ 단계로 관측됐다.

빙하의 유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겨울철 강설량 감소와 여름철 극단적 고온으로 인해, 히말라야 중부와 중국 북서부 톈산산맥의 24개 주요 빙하 중 23개가 대규모로 유실됐다. 특히 톈산산맥 동쪽의 우루무치 빙하 1호는 1959년 관측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기후변화는 강수 패턴의 양극화를 가속했다.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남아시아, 동아시아 전역에서 홍수와 가뭄 피해가 잇따랐다. 한국은 여름철 태풍과 호우로 6명의 인명 피해(사망 5명, 실종 1명)와 3900억 원 규모의 재산피해, 3만7000㏊(헥타르)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9월 네팔 홍수사례를 연구한 결과, 최소 24시간 이전 제공된 조기 홍수 경보 시스템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극한 기상 현상은 이미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기상청과 파트너 기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