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하천인 청계천에서 2급수 이상의 깨끗한 하천 여울에서만 서식하는 ‘쉬리’가 발견됐다. 쉬리는 1999년 개봉한 한석규 주연의 액션 영화 제목으로 쓰이면서 유명세를 탔다. 영화 ‘쉬리’도 지난 3월 26년 만에 재개봉을 한 가운데, 쉬리도 서울 한복판에 등장한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청계천에 서식하는 담수어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광장과 모전교 인근부터 중랑천과 만나는 합수부까지 총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지난 20년간 어류상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20년 전 연구지점과 동일한 장소를 골랐다.
지난 4월 29∼30일까지 진행된 1차 공동학술 조사를 통해 총 4목 7과 20종, 1품종(이스라엘잉어) 1238개체가 확인됐다. 잉어목 어류가 13종, 1품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농어목이 5종이었다. 우점종은 전체 개체 수의 약 53.7% 비율을 차지한 피라미였다. 참갈겨니(14.7%), 돌고기(7.5%)도 많았다. 한국고유종은 쉬리, 참갈겨니, 얼록동사리 등 3종, 외래종은 이스라엘잉어 1품종이 있었고, 생태계 교란어종을 없었다.
청계천 조사 구간에 따른 어종 분포를 살펴보면, 상류부터 중하류까지는 대부분 유속을 있는 곳을 좋아하는 유영성 어류인 피라미가 많았고, 최하류인 중랑천 합수부에서만 유속이 느리고 정체 수역을 선호하는 참붕어가 많았다. 연구진은 “복원 전인 2003년에는 붕어, 참붕어, 미꾸리, 밀어 등 수질 환경에 대한 내성이 강한 종 위주로 서식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수질이 양호한 곳에서 살아가는 참갈겨니, 피라미, 버들치, 큰납지리, 모래무지, 대륙송사리 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류 구간인 관수교 인근 여울부에서 채집된 ‘쉬리’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수질이 맑고 유속이 빠른 여울에 서식한다. 현장에서 포획된 어류는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현장 확인 후 채집된 장소에 방류했다.
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청계천에 서식하는 담수어류와 하천생태계의 변화를 시민들에게 생생하게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일반 시민대상 민물고기 탐사 프로그램 운영과 학술결과 등을 엮어 하반기 전시회를 통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탐구하고 힐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시민들과 소통과 공감의 기회를 가지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