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큰 연체동물인 거대오징어(colossal squid)가 살아있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거대오징어는 1925년 남극대륙에서 포획된 향유고래의 위에서 조각난 상태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죽은 오징어가 가끔 발견됐지만 100년이 지나도록 서식지에서 살아있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chmidt Ocean Institute)는 “해양연구선 팔코르(Falkor) 원정대가 남극해 수심 600m에서 30㎝ 길이의 거대오징어를 촬영했다”고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거대오징어는 7m까지 자란다고 추정되는데, 이번에 포착한 오징어는 어린 개체이다.
팔코르호 원정대는 지난달 9일 남극해 사우스샌드위치 제도(諸島)에서 탐사하던 중 거대오징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거대오징어는 다자라면 몸무게가 500㎏까지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슈미트 해양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무척추동물인 거대오징어가 자연에서 살아있는 모습이 처음 촬영됐다고 밝혔다.
거대오징어는 100년 전 논문에 메소니코테우티스 해밀토니(Mesonychoteuthis hamiltoni)란 학명(學名)으로 처음 학계에 알려졌다. 영국인 해밀턴(Hamilton)이 남극해를 탐사하다가 발견한 남극하트오징어(Mesonychoteuthis)속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거대오징어는 그동안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 크라켄(Kraken)의 모델로 알려졌다. 크라켄은 북유럽 신화에서 배를 침몰시킬 정도로 거대한 크기로 묘사됐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그동안 해변에서 거대오징어 사체가 발견되거나 남극에서 그물에 걸려 죽어가던 거대오징어가 잡힌 적은 있었지만 바다에서 살아있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팔코르호 원정대는 지난달 남극해에서 원격조종잠수정(ROV) 수바스티안(SuBastian)에 달린 카메라로 어린 거대오징어를 촬영했다. 원정대는 이 영상을 전문가들에 보내 거대오징어임을 확인했다. 거대오징어는 다리 8개에 있는 빨판에 독특한 갈고리가 달려 있다.
2023년에도 미국 비영리 단체인 콜로설(Kolossal) 연구원들이 바다에서 거대오징어를 포착됐지만, 영상의 품질이 너무 낮아서 확증하지 못했다. 콜로설 연구진은 이번 영상이 촬영된 지역이나 수심이 2년 전과 비슷해 당시 포착한 동물이 거대오징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래도 미스터리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 ‘거대오징어’라는 이름을 만든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대의 스티브 오시아(Steve O’Shea) 박사는 “거대오징어 성체를 찍은 영상은 아직 없어 이 거대한 무척추동물의 삶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hmidt Ocean Institute(2025), https://schmidtocean.org/first-colossal-squid-foot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