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고 무분별한 도시 개발을 계속하면 전 세계 도시에서 차량 화재와 야외 화재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중국 허페이 과학기술대와 호주 로열멜버른공대,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은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시티즈에 2100년까지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 전 세계 도시에서 차량 화재는 11.6%, 야외 화재는 2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수집된 도시 화재 데이터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기후학자들은 지구가 이미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의 마지노선을 넘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지구 기온은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이 제한한 산업화 이후 1.5도 상한선을 넘어섰다. 인구 밀집 지역인 도시도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강타한 산불도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심각한 이상 가뭄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악화하면 도시에서 화재가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명과 물적 피해 규모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북부 퍼시픽 팰리세이즈 인근 윌 로저스 주립공원에서 나무들이 불에 탄 채 서있다. 강렬한 강풍과 가뭄을 동반한 이번 산불로 로스앤젤레스에선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다. /AFP 연합뉴스

연구진은 지난 2011~2020년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해 세계 20개국 2847개 도시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들 도시에는 세계 인구의 20.6%가 살고 있다. 연구진은 이들 화재 사건 가운데 온난화 영향을 받아 도시 건물과 차량, 야외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빈도 변화를 분류했다. 그런 다음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 화재에서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평가했다.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줄인 경우(SSP1~1.9)부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SSP5~8.5)까지 5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연구진은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20개국의 도시 화재 빈도는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평균 3.3% 올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량 화재 빈도는 2.5%, 야외 화재 빈도는 4.7%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까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평균 화재 빈도는 15.7%가 올라간다. 평균 차량 화재와 야외 화재 빈도는 11.6%와 22.2%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량의 화재 빈도는 20개국 모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뉴질랜드는 가장 화재 빈도가 높아지고 다음으로 영국, 핀란드, 에스토니아, 스웨덴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과 일본, 중국, 키프로스, 그리스는 전체적인 화재 빈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20년 세계 20개국 2847개 도시의 화재 발생 빈도 변화(%). 각 점은 도시를 나타낸다. 소방 당국이 수집한 모든 화재 사건을 합쳤다. 화재 빈도는 1000명당 연간 화재 사건 수에 해당한다. 자료: 네이처 시티즈

연구진은 “극한 기상이 예고되면서 차량 내구성을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반면 20개국의 건물 화재 빈도는 2100년까지 평균 4.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화재를 상쇄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도시마다 다른 기상 환경이 화재 발생 빈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춥고 습한 도시는 지구 온난화에 더 취약한 특성을 가진다고 했다. 이런 도시는 기온이 1도 올라가면 화재 발생 빈도가 0.32% 줄어들고 상대 습도가 1% 올라가면 화재 발생 빈도는 0.1% 늘어난다. 그만큼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도시가 자리 잡은 고도가 1㎞ 높아질 때마다 화재 발생 빈도는 1.36%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도시의 인구 밀도와 화재 빈도의 유의미한 관계를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차량과 야외 화재가 상대적으로 덜 발생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지구 온난화가 야외 화재와 차량 화재에 영향을 덜 미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야외 발화의 경우 높은 기온이 반복되면 건축물 외장이나 쓰레기나 폐기물에서 발화가 일어나면서 불이 난다고 설명했다. 차량의 경우 고온의 환경이 이어지면 차량 부품에 고장이 늘어나면서 차량 화재 빈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개인 차량 사용이 낮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실외 화재의 경우 근본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폐기물 처리 시설이 도시 외곽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화재 발생이 줄어드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발생한 도시 화재로 사상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란 사실도 알아냈다. 2100년까지 매년 도시 화재로 최소 33만5000명이 숨지고 115만3000명이 다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추정값은 기후 변화의 복합적인 효과를 반영하지 않아 보수적으로 추정한 예측값”이라며 “지구 기온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강제 목표를 유지한다면 화재 사상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는 아프리카와 남미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2020년 이후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화재 연료 관리 개선과 같은 화재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며 “이 결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향후 도시 계획과 비상 대응 전략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ities (2025), DOI : https://doi.org/10.1038/s44284-025-00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