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메소텔린(MSLN)이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췌장암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정주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센터장 연구팀이 새로운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해 생쥐에 실험한 결과, 암세포 성장이 80% 이상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암(Molecular Cancer)’에 지난 4월 게재됐다.
췌장암은 가장 치명적인 고형암 중 하나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후 재발률이 높아 진단 시 대부분이 말기(4기) 상태이고, 전체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 이하에 머무른다.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화학요법 등 기존 치료법의 효과도 크지 않다.
췌장암을 치료하려면 암세포만 정확히 골라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치료 효과를 높이고 정상 세포에 미치는 독성 같은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메소텔린은 췌장암뿐 아니라 난소암, 중피종 같은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아 암세포에만 있는 종양 특이적 항원으로 평가된다. 메소텔린은 암세포의 부착, 침윤, 이동 같은 과정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낙타나 라마처럼 특수한 동물의 항체에서 유래한 ‘나노항체(nanobody)’라는 작은 크기의 항체를 이용해 메소텔린에만 골라서 달라붙는 물질을 개발했다. 라마 항체는 길이가 인간 항체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무게는 10분의 1에 그친다.
연구진은 성능이 가장 뛰어난 ‘D3 나노항체’에 젬시타빈(Gemcitabine)이라는 항암제를 안에 담고 있는 지질나노입자(LNP)를 더했다. 지질나노입자는 코로나 백신에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감싼 물질로 잘 알려졌다.
최종 합성한 치료제를 췌장암에 걸린 생쥐에게 투여하자 암세포의 성장이 80% 이상 억제됐다. 정상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나노항체가 암세포만 골라 결합하고 지질나노입자에 담긴 항암제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유도 미사일과 같은 ‘스마트 약물 운반차’라고 설명했다.
정주연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나노항체 기술과 약물전달 플랫폼의 융합을 통해 난치성 고형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췌장암뿐 아니라 다양한 암종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와 임상 적용을 가속화 하겠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Molecular Cancer(2025), DOI : https://doi.org/10.1186/s12943-025-023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