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자폐 아동과 부모의 소통을 돕는 인공지능(AI) 앱(app·응용프로그램)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네이버 AI 연구자들이 힘을 모았다.
KAIST는 홍화정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연구팀이 네이버 AI 랩, 도닥임 아동발달센터와 협력해 최소 발화 자폐(Minimally Verbal Autism, MVA) 아동과 부모 간 소통을 돕는 AI 기반 소통 도구인 ‘액세스톡(AAcessTalk)’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최소 발화 자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중 말을 잘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언어 표현 능력은 발달 수준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지능이나 사회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액세스톡은 최소 발화 자폐 아동과 부모 사이에 의미 있는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태블릿 기반 AI 소통 시스템이다.
최소 발화 자폐 아동은 주로 비언어적 신호나 제한된 단어, 고정된 구문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부모가 대화의 시작과 미묘한 신호를 해석하고, 자녀의 참여를 유도하며 의사소통을 이끌어야 한다. 아동의 협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부모 혼자 상호작용을 하다 보니 고립감이나 좌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자녀가 의사소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상징 카드 같은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시스템을 사용한다. 자폐 아동이 시각적 상징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AAC 시스템은 기능적 의사소통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과 진정한 의도는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AAC 시스템의 대부분이 서비스 제공자나 부모가 선택한 ‘필수 단어’만 아동에게 제공한다.
액세스톡은 AI 기술을 활용해 아동의 관심사나 상황 맥락을 반영해 개인화된 단어 카드를 실시간으로 추천한다. 부모에게는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대화 가이드를 제공한다. 부모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가 시작되면 예문을 고를 수 있고, 아동에게는 상황에 맞춰 12개의 단어 카드가 제공된다. 아동이 단어 카드를 선택하면 다시 부모에게 발화가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주의해야 할 대화 패턴이 생기면 부모에게 알려준다.
연구팀은 2주 동안 가정 11곳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2주 동안 모두 232회의 대화가 이뤄졌고, 아동이 선택한 대화 카드는 모두 2244개였다. 기존 AAC 시스템에서는 정해진 단어 카드만 제공됐지만, 액세스톡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단어 카드가 제공되면서 실제 대화에 더욱 가까워졌다.
실험에 참여한 한 자폐 아동 양육자는 “아이가 예상치 못한 단어를 사용해 놀랐으며, 이를 통해 아이의 언어 능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른 부모는 “처음으로 아이와 진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ACM CHI 2025’에서 최우수 논문상도 받았다. ACM CHI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에서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학술대회로 5000여편의 논문 중 1%에만 최우수 논문상이 주어진다.
홍화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AI가 단순히 소통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진정한 연결과 이해를 촉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 기술 적용과 사용자 경험 기반의 연구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CM CHI 2025, DOI : https://doi.org/10.1145/3706598.3713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