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조선비즈

미국 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지난해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키트루다가 올 10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나올 전망이다. 정맥주사를 수 시간 동안 맞는 대신 단 몇 분간 피하주사를 통해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된다.

MSD는 3월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폐암학회(ELCC)에서 키트루다의 SC 제형 제품을 미국에서는 올 10월, 유럽에서는 2026년 초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5년 9월 말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키트루다 SC를 승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키트루다는 2014년 9월 FDA로부터 처음 승인받아 2015년 4월 국내에 출시됐다. 이후 다양한 암종에 대한 적응증이 추가되며, 현재는 비소세포폐암과 두경부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삼중음성유방암, 위암 등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처방 약이다. 매출액이 2023년 약 250억달러(약 36조7075억원), 2024년 약 295억달러(약 43조3149억원)에 달했다.

키트루다는 T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1를 표적으로 하는 면역 항암제다. 이 단백질은 T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데, 암세포는 이를 악용해 면역계를 회피한다. 키트루다는 PD-1을 차단함으로써 T세포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돕는다.

마조리 그린 MSD 수석 부사장은 “10년 전 미국에서 첫 번째 항PD-1 요법으로 승인된 키트루다는 현재까지 가장 치명적인 종류의 암을 치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2024년 미국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5%로, 5년 전 대비 20% 이상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MSD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는 조기 단계의 암, 새로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며 “키트루다 같은 혁신 항암제가 나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조리 그린 MSD 수석 부사장- 미국 노터데임대 문학, 텍사스대 의대 의학, 버지니아대 의대 내과 레지던트, MD앤더슨암센터 종양학 및 혈액학 분야 펠로십, 현 MSD 항암제 부문 글로벌 임상 개발 책임자, 전 씨젠 수석 부사장 및 후기 단계 항암제 부문 책임자, 전 제넨텍 글로벌 제품 개발 부사장 및 유방암 및 부인암 부문 총괄

키트루다는 암을 치료하는 데 어느 정도의 효능을 갖추고 있나.

“키트루다는 미국에서 18개 암종에 대해 41개 적응증(특정 치료나 약물이 치료할 수 있는 암의 종류나 상태)을 승인받았다. 한국에서는 2025년 4월 기준, 총 18개 암종 34개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10년 전 미국에서 최초의 항PD-1 요법으로 승인된 이후, 가장 치명적인 종류의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키트루다는 현재의 암 치료가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2024년 미국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5%로, 이는 지난 5년간 20% 이상 개선된 수치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키트루다가 항암 치료제 매출액 1위를 할 것으로 본다. MSD는 이외에도 어떤 항암제를 개발해 왔나.

“대표적으로 폰히펠-린다우병 관련 종양을 치료하는 최초의 약물인 ‘벨주티판(제품명 웰리렉)’, 에자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개발한 갑상샘암과 간세포암 치료약 ‘렌바티닙(제품명 렌비마)’, 아스트라제네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개발한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 등이 있다. 이외에도 우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정밀 타깃 소분자 그리고 개인 맞춤형 신항원 치료제(INT·Individual-ized Neoantigen Therapy) 등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세 가지 주요 방향으로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새로운 암종에 대한 치료제를 확장하는 것이며 둘째, 기존 치료법보다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초기 단계 암 치료로의 확장이다. 셋째, 병용 요법과 통합 제제를 개발해 치료 반응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임상 중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암 백신인 ‘mRNA-4157(V940)’과 키트루다의 병용을 통해 항암 반응을 증대시키거나, ADC인 ‘sac-TMT(사시투주주맙 티루모테칸)’를 활용해 암세포의 면역반응 민감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또한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KRAS G12C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선택적 억제제 ‘MK-1084’ 같은 혁신적인 치료법도 개발하고 있다.”

MSD가 지금까지 상용화한 항암제는 모두 몇 종인가.

“총 5종이다. 현재도 MK-1022, MK-2870, MK-5909 등 항암제 파이프라인 수십 종을 개발 중이며, 2024년 9월 기준 30종이 후기 단계(3상 또는 2/3상) 임상시험 중이다.”

MSD가 신약 개발에서 선두에 선 비결은 무엇인가.

“‘전 세계인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사명 아래, 인력과 자원을 R&D에 집중 투자한다는 데 있다. 2023년 기준 전 직원(약 7만5000명) 중 약 30%(약 2만3500명)가 연구 인력에 해당한다. 한국MSD는 2025년 2월 기준 직원 중 약 28%(145명)가 R&D 관련 인력이다. 2023년 매출액(601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305억달러를 R&D에 투자했으며, 2024년에는 매출액(642억달러)의 약 28%인 179억달러를 R&D에 투자했다. 한국 MSD의 경우, 2023년 기준 임상 연구 등 R&D를 위해 약 703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어떤 유형의 항암제가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나.

“ADC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다. 화학 항암 치료가 여러 암종에서 핵심적인 치료 접근법이라면, ADC는 종양에 세포독성 약물을 정밀 타격한다. 여러 ADC 표적을 평가함으로써, 우리는 치료가 어려운 암에서 현재의 표준 치료를 의미 있게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암의 유전자 코드를 더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ADC는 특정 암세포 표면에 있는 바이오마커를 표적으로 하고, 그에 결합된 약물이 직접 암세포에 전달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수십 년간 유전학이 발전하며 암 바이오마커가 치료 접근법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과거에는 암을 단순히 ‘유방암’이나 ‘폐암’ 같은 유형으로 구분했다면, 현재 의료진은 더 정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암을 분석하고 있다. 암을 훨씬 정확하게 이해하고, 각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ADC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유전학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신약 개발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MSD도 AI를 활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고 개발하기 위해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왔다. 새로운 병리를 탐색하고, 질병의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검증하며, 표적 식별을 돕고, 새로운 분자와 세포 단백질을 설계하는 경로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임상 개발 단계에서는 파이프라인 후보 물질의 안전성과 효능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도록 AI를 개발했으며, 임상 개발 단계에서는 임상 데이터의 적시 분석을 위해 AI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조직 및 종양 샘플에서 패턴을 식별하는 데 AI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을 이용해 임상시험을 더 빠르게 시작하고 완료할 수 있도록 하며, 생성 AI를 통해 주요 시험 프로토콜을 간소화하고 데이터 수집 및 품질 검토 같은 노동 집약적인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AI가 더 빠르고 명확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질병을 감지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학문과 기술 발전 외에도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

“키트루다 같은 혁신 신약이 나오고 상용화가 되려면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항암 신약 개발은 복잡하고,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모되는 과정이다. 새로운 치료제를 발견하기 위한 기초 연구부터, 후보 물질의 개발,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수년, 심지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제약사, 연구 기관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R&D 투자 없이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나 새로운 약물이 개발되기 어려우며, 암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