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제와 집중적인 생활 습관 관리를 병행하면 치매와 인지장애 위험을 15%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고혈압 관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했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와 중국 선양 중국의대 제1병원 공동 연구진은 “고혈압 환자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집중적인 혈압 조절이 환자들의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매디슨(Nature Medicine)’에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진은 중국 236개 지역의 40세 이상 고혈압 환자 3만4000명을 절반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두 그룹에 고혈압 치료 방법을 달리해 4년간 혈압 변화와 치매·인지장애 발병 여부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그룹에는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ACE 억제제), 이뇨제, 칼슘채널차단제 등 평균 세 가지 약물을 같이 쓰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가정 혈압 검사와 체중 감량, 알코올·염분 섭취 감소 등 집중적인 혈압 관리를 받았다. 다른 그룹은 동일한 교육을 받았지만, 약물은 한 가지만 복용하는 일반적인 관리를 받았다.
48개월 뒤 연구진이 두 그룹의 혈압 변화를 비교한 결과, 집중 혈압 관리를 받은 그룹은 수축기 혈압이 평균 22.0㎜Hg, 이완기 혈압이 9.3㎜H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그룹 참가자 가운데 치매에 걸린 사람은 668명(4.59%)에 그쳤지만, 일반관리 군은 734명(5.40%)으로 나타났다. 집중 혈압 관리 그룹의 치매 위험이 일반관리 군보다 15% 더 낮았다. 치매가 없는 인지장애 위험도 16% 더 낮았다.
연구를 주도한 지앙 허(Jiang He) 텍사스대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집중적인 혈압 강하가 고혈압 환자의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 세계적으로 치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런 고혈압 치료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는 2021년 5700만명에 달하며, 매년 1000만명 이상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고혈압 치료가 치매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임스 라이퍼(James Leiper)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이번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는 고혈압 환자가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좋은 증거”라면서도 “치매 위험의 감소 추세가 4년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지 확인된다면 고혈압 치료제 사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차드 오클리(Richard Oakley) 영국 알츠하이머학회 연구·혁신 부책임자도 “이 연구는 약물과 생활 습관 교육을 통해 고혈압을 치료하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한 최초의 대규모 임상시험”이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혈압 조절이 장기적으로, 또 중국 외 다른 인구 집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안나 워드로(Joanna Wardlaw)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도 “이 연구가 치매 위험 감소를 위한 최적의 혈압 조절 수치와 구체적인 생활 습관 변화에 대해 밝히려면 더 긴 추적 기간과 다양한 국가에서의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36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