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진단법이 개발됐다. 뇌 세포를 파괴하는 타우 단백질 덩어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10년 전부터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토마스 카리카리(Thomas Karikari)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의학’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타우 단백질이 덩어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이를 찾았다고 밝혔다.
타우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함께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타우 단백질은 정상적일 때는 신경세포의 형태 유지를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내부에 쌓이면 덩어리를 만들고,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신경세포가 파괴된 환자는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져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법과 진단법은 대부분 아밀로이드 베타를 이용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도 타우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덩어리를 만들어 뇌 신경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로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양을 측정해 이뤄진다. 정확도는 비교적 높으나,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가 일정 수준 이상 쌓인 이후에나 진단이 가능해 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진행을 막는 데는 아직 한계가 크다.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의 특성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병률을 확인하는 진단법을 개발해 이 같은 한계를 해결했다. 타우 단백질에서 덩어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에서 나타난 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타우 단백질이 덩어리를 만들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에서 덩어리를 만드는 핵심 부위 한 곳을 찾아냈다. 아미노산 111개로 구성된 ‘타우 258-368’에 변이가 있으면 서로 응집돼 덩어리가 만들어지기 쉬워지며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리카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진단 기술은 타우 단백질 덩어리가 뇌 영상에서 나타나기 10년 전 초기 단계를 찾아낼 수 있다”며 “조기 진단은 알츠하이머병의 정복을 위한 가장 성공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진단법과 같은 방식으로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기술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타우 단백질을 덩어리로 만드는 ‘인산화’ 부위인 ‘p-타우-262’와 ‘p-타우-356’을 찾고, 이 부위를 조절해 알츠하이머병 극초기 단계에 덩어리가 되는 비율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알츠하이머병은 현재까지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최선의 치료법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알츠하이머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리카리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덩어리가 되더라도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타우 단백질은 덩어리가 되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진다”며 “이미 타우 단백질이 관찰된 경우 병세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늦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덩어리를 만들기 쉬운 타우 단백질을 조기에 발견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큰 사람들을 찾고, 예방과 치료를 가능하게 할 차세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34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