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다음 달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업·판매를 맡을 제약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운자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보다 늦게 나왔지만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해 이미 미국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국내 유통을 맡으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게 확실시되자 제약사마다 각자 장점을 내세워 러브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는 오는 8월 중순 2형 당뇨병·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효율적인 영업망 구성을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위고비가 출시 초기 공급 차질로 의료 현장에 혼란을 빚었던 만큼, 릴리가 영업·판매에서 어떤 파트너사와 협력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운자로는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글루카콘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며 비만약으로 발전했다. 미국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로는 마운자로, 비만 치료제로는 ‘젭바운드’라는 별도 제품명으로 출시됐지만, 국내에선 제품명을 마운자로로 통일했다.
제약업계는 릴리가 안정적인 공급과 효율적인 영업망 확보를 위해 대사질환 치료제 유통 경험이 풍부한 업체와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공동 판매 파트너는 보령(003850)이다. 보령은 2016~2024년 릴리의 GLP-1 당뇨병 치료제 ‘트루리시티(둘라그루타이드)’의 국내 공동 판매·유통을 맡았다. 릴리의 항암제 ‘젬자(젬시타빈)’와 ‘알림타(페메트렉시드)’,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레사(올란자핀)’ 등 주요 품목의 국내 판권도 갖고 있다.
한미약품(128940)과 종근당(185750)도 거론된다. 한미약품은 대사질환 치료제 ‘로수젯’에 이어 최근에는 GLP-1 계열 삼중 작용 비만 치료제의 임상 3상 시험도 하고 있다. 종근당은 미국 알보젠의 비만치료제인 ‘큐시미아’의 공동 판매·유통을 맡고 있다.
다만, 릴리가 직접 영업·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릴리는 지난해 말 보령과의 트루리시티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올해부터 해당 제품을 한국릴리를 통해 직접 유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운자로 역시 한국릴리의 직접 판매 또는 공동 판매 형태가 모두 거론된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우선 출시 초기에는 내부 마케팅·영업부 인력을 보강해 직접 판매로 시작을 할 예정이며, 국내 제약사와의 공동 판매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동 판매 형태로 간다면, 마케팅은 릴리가, 의료기관 영업은 국내 제약사가 맡는 체계가 될 전망이다. 회사는 도매상 유통은 특정 업체와 독점 계약하지 않고, 기존 계약된 유통사들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계 제약사인 쥴릭파마가 마운자로의 태국 유통을 맡고 있는 만큼, 쥴릭파마코리아가 마운자로 국내 유통도 담당할 가능성도 있다. 쥴릭파마코리아는 위고비의 국내 총판을 맡고 있다.
릴리는 마운자로 출시 직후 공급 혼란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위고비가 국내 출시되자 병·의원과 약국의 주문이 폭발했고, 현장에선 품귀 조짐을 보이며 혼란을 빚었었다.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나 비만 합병증 개선 효과가 더 낫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또 한번 품절 대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운자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마운자로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약 3조1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위고비 매출(3조6000억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미국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위고비를 앞서 두 약의 점유율 격차가 7% 이상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 확보도 중요한 변수다. 릴리는 일회용 주사인 프리필드펜 제형으로는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으나, 한 제품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바이알(유리병)·퀵펜(자가주사기) 제형 제품도 함께 도입해 공급을 조절할 계획이다.
릴리는 병에 든 약물을 주사기로 추출해 사용하는 바이알과 한 달 분량을 4번에 나눠 투여할 수 있도록 하나의 펜에 담은 퀵펜 제형에 대해 지난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했다.
마운자로는 미국·일본·중국·호주·유럽·태국 등 전 세계 48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한국 진출은 늦어졌다. 제형 허가 지연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이미 출시된 국가에서 프리필드펜 수요가 급증해 제조 시설을 풀가동해야 겨우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국내 품절 사태를 막기 위해 우선 프리필드펜부터 출시하고, 이후 퀵펜과 바이알 제형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