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제노스코의 중복상장 시도가 무산된 오스코텍(039200)이 신약 개발을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 전략을 꺼냈다. 과거 임상시험에 실패했던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을 다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스코텍은 25일 ‘2025 상반기 연구개발의 날(R&D Day)’을 열고 세비도플레닙의 적응증을 기존 면역혈소판감소증(ITP)에서 다시 류마티스 관절염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자회사를 제노스코의 상장을 시도하다 불발된 만큼, 자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세비도플레닙은 SYK라는 인산화 효소를 억제해 면역세포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물질이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공동 개발했다.
두 질환 모두 면역체계가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가 관절을 공격해 염증·통증을 일으키며, 면역혈소판감소증은 면역체계가 혈소판을 공격해 혈소판 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한다.
앞서 오스코텍은 유한양행과 폐암 신약 렉라자를 개발해 임상 1상 중 2018년 얀센 바이오테크에 1조원대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렉라자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았다.
세비도플레닙은 한때 ‘제2 렉라자’로 주목받았지만, 지난 2021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해 개발이 중단됐다. 이후 2023년 면역혈소판감소증 임상 2상에서는 일부 유효성이 확인됐으나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기대가 낮아졌다.
그럼에도 회사는 재도전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류마티스 관절염 2상 세부 환자군 분석에서 중등증 환자에 대한 일정 수준의 효과가 관찰됐고,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 물질의 류마티스 관절염 효능에 관심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개발 전략을 수정해 다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스코텍은 면역혈소판감소증에 대해서는 기술이전을 통해 임상 3상과 허가·상업화를 추진하고, 류마티스 관절염은 기술이전·공동 개발 등의 투트랙 전략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미국 애브비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존슨앤드존슨(J&J)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등 글로벌 대형 의약품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들이 임상 2·3상에 진입한 상태다. 러시아 알팜(R-Pharm)은 글로벌 3상에서 휴미라와 비슷한 효능을 입증해 일부 국가에서 이미 상업화를 시작했으며,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도 2상을 진행 중이다.
세비도플레닙이 이 같은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보다 명확한 차별성과 확실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치료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하위 분석에서 일부 환자군에서 효과가 있었다면 임상 설계 단계부터 환자군을 세분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 기간과 비용이 늘어나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