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타입이 개발한 세포배양 연어로 만든 연어초밥./와일드타입 페이스북

미국 와일드타입(Wildtype)이 개발한 세포 배양 연어가 정부 허가를 받고 시판된다. 미국에서 닭이나 소 같은 가축 세포를 배양한 배양육이 허가된 적은 있지만 배양 해산물이 시판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와일드타입이 만든 배양 연어를 일반 식품 만큼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판매를 승인했다. 세포 배양육에 대한 인허가는 FDA와 미국 농무부(USDA)가 함께 맡지만, 배양 해산물은 FDA가 전담한다.

FDA는 지난달 28일 와일드타입에 보낸 승인 서한에서 “와일드타입이 제공한 데이터 및 정보, 그리고 FDA에서 입수 가능한 기타 정보를 평가한 결과, 생산 공정에서 식품에 불순물을 함유하거나 오염시킬 수 있는 물질이나 미생물이 포함된 식품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2023년 닭고기(업사이드 푸드·잇저스트), 2025년 돼지고기(미션 반스)에 이어 미국에서 네 번째로 승인된 세포 배양 식품이며, 해산물로는 처음이다. 승인된 배양 연어는 다음 달부터 일부 미국 레스토랑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배양 연어는 소고기나 닭고기 배양육과 같은 원리로 만든다. 와일드타입은 연어 조직에서 근육이나 지방, 결합 조직(섬유조직) 등 다양한 세포로 자랄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선별했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만능세포’라고 불린다.

이렇게 골라낸 초기 세포들은 ‘세포은행(cell bank)’이라는 저장소에 보관되며, 실제 배양육 생산 과정에 사용된다. 이 세포들을 꺼내 연어 살코기로 키우는 방식이다.

와일드타입은 세포를 특정 조직으로 강제로 자라나게 하려는 별도의 조작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포가 알아서 연어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환경만 조성해줬다고 했다. 일반적인 연어처럼 근육과 지방이 자연스럽게 생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회사는 자사 제품이 일반 연어만큼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 데이터를 FDA에 제출했다. 생산 과정에서 나온 배양 연어의 성분을 분석해보니, 지방산이나 단백질, 미네랄 등의 비율은 기존 자연산 연어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세포 배양 식품의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20억달러(한화 2조7300억원)에서 2040년 250억 달러(3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배양 식품은 전 세계 육류 수요를 충족시키는 미래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와일드타입은 SK㈜가 2022년 11월 700만달러(당시 환율 약 100억원)을 투자한 회사이다. 그해 8월 최태원 SK 회장이 “세포배양으로 만들어 낸 연어살”이라며 와일드타입의 세포 배양 연어살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22년 8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 와일드타입의 세포 배양 연어살을 소개했다./최태원 회장 소셜미디어(SNS) 계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