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치과개원전문박람회 '개원 및 경영정보박람회&컨퍼런스 2024' 현장. /뉴스1

국내 치과용 의료기기 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그간 안정적인 성장세의 기반이 된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기업들은 앞다퉈 새 시장을 개척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치과 임플란트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국내 치과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5.45% 줄어 약 2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덴티움(145720)의 1분기 영업이익은 50.14% 줄어 약 95억원, 메가젠임플란트는 영업이익이 64% 줄어 101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정서희

특히 중국 사업 부진이 각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사 사업 보고서를 보면 오스템임플란트 중국법인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 줄어 약 414억원을 기록했다. 중국법인은 작년 1분기 8억원대 순이익을 냈는데, 올해 1분기 약 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덴티움의 1분기 중국 매출액은 전년보다 21.2% 감소한 341억원이다.

치과 임플란트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위축되면서 임플란트 시술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앞서 시행된 중국 정부의 중앙집중식 구매(VBP)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중국 국공립 병원에 납품하는 품목에 대해 입찰을 진행해 대량 구매해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 영향으로 임플란트 원가 하락 압력이 생겼고 수요도 위축됐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6년 1월 시행될 2차 VBP 정책으로 인해 병원들이 제품 구매를 미루면서 2025년 4분기 수요가 위축되고 2026년으로 수요가 이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출 의존도가 컸던 중국 사업의 부진은 외형 성장에 치명적”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경기 부양책 효과가 일부 소비재 영역에서 관찰되고 있다는 점에서 치과업황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개선될 가능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덴티움이 2024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한 Digital Minimalism 세미나 현장. /덴티움

국내 치과용 의료기기 업체들은 중국 외 미국과 유럽, 중동 국가 등에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현지 판매망을 강화하고 제품을 다양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사정이 좋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지난달 낸 치과 산업 보고서를 통해 세계 구강질환 환자와 미용 치과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세계 치과 시장 규모가 2025년 410억 3000만 달러(약 55조원)에서 2032년 876억 5000만 달러(약 11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연락사무소를 신설한 데 이어 10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직판 영업 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덴티움은 최근 인도와 베트남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인도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5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하노이, 다낭 등 주요 도시에 현지 법인을 필두로 하는 직영점을 확대 운영하고, 임플란트뿐만 아니라 임플란트 동요도 측정기, 무통마취기 등 치과 소장비, 치과 유니트체어 등도 현지에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