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韓美) 공동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 염증과 조직 손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성균관대 박우람 교수와 미국 하와이대 사구나 베르마(Saguna Verma) 교수 연구진이 면역세포인 호중구만 정밀하게 억제할 수 있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호중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혈구의 일종이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정상 조직까지 손상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호중구가 폐 손상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호중구를 억제할 약물을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지질나노입자는 코로나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에서 잘 알려진 지방 성분의 물질이다.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을 만들 mRNA를 일종의 보호막인 지질나노입자로 감싸 인체에 주입했다. 보통 크기가 60~15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인 구형 입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호중구 세포외덫(NET,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을 차단하는 것이다. 세포외덫은 호중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세포 밖으로 뿌리는 그물망 형태의 DNA와 단백질이다. 호중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세포외덫을 만들면서 정상 폐 조직까지 손상시켜 중증 폐 염증을 유발한다.
코로나19 감염으로 폐가 손상되면 호중구 세포외덫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쓴다. 문제는 약물 분해 속도가 빨라 약효가 오래 가지 않고, 원하는 곳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치료 효과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호중구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지질나노물질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생쥐에 코로나19를 유발하고 일본 오노약품이 개발한 급성 폐 손상 치료제 엘라스폴을 지질나노입자에 넣어 투여했다. 실험 결과 약물은 호중구에 정확하게 전달돼 폐 손상을 막았다.
연구진은 “호중구에 약물을 정확하게 전달한 덕분에 기존 약물 대비 10분의 1 수준의 용량으로도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며 “폐 염증, 조직 손상 등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피해를 현저히 줄이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글로벌연구협력지원사업’을 통해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수행됐다.
연구 책임자인 박우람 교수는 “폐 호중구에만 약물을 전달해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질환의 세포외덫 관련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며 “같은 방법으로 다양한 면역 조절제를 폐의 특정 세포에 전달할 수 있어 국제 협력을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약물 전달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서방형 저널(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오는 10일 게재될 예정이다.
참고 자료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2025), DOI: https://doi.org/10.1016/j.jconrel.2025.113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