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대표적인 냉방병은 감기다. 폭염에 에어컨을 세게 틀면 온도 차이로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감기는 기침과 코막힘, 콧물, 미열, 두통, 인후통을 동반한다. 보통 충분히 쉬면 낫지만 감기약을 쓰면 증상을 빨리 줄일 수 있다.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 성분은 대체로 비슷하다. 판피린, 판콜, 콜대원(보라색), 콜록키즈펜시럽 등은 모두 해열·진통 효과가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있다. 서울의 한 약사는 “제품 성분은 거의 동일하지만, 회사마다 제조 방법이나 제형이 다르다”고 말했다.
과거 감기약은 대부분 알약이었지만 최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차(茶)처럼 물에 타서 마시거나 짜 먹는 약,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도 나왔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감기약 시장 규모는 1400억원대다.
◇성분은 비슷, 약품 제형은 시대마다 달라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감기약은 동아제약의 판피린이다.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유명하다. 판피린은 1956년 알약 품목 허가를 받아 1961년 출시했다. 판(pan)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한다. 모두에게 잘 듣는 감기약이라는 의미다. 액상 판피린은 1977년 나왔다. 현재 약국에서 판매하는 판피린큐(Q)는 빠르게 낫는다는 의미에서 영어 퀵(quick)의 앞글자를 더했다.
마시는 감기약 경쟁품인 동화약품(000020)의 판콜은 1968년 나왔다. 현재 약국에서 판콜에스, 편의점에서 판콜에이를 판매한다. 그동안 국내 감기약 판매 1위는 판피린이었으나 2022년 4분기부터 판콜이 역전했다. 이듬해인 2023년 가수 싸이를 모델로 쓴 것도 효과를 봤다고 한다. 올해 1분기 판피린 매출은 130억원이고, 판콜(판콜에스·판콜에이) 매출은 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짜 먹는 감기약, 코에 뿌리는 감기약도 있다. 짜 먹는 감기약은 약품을 유기 용매에 녹여 스틱형 파우치에 담은 액상 제품이다. 개별 포장으로 휴대하고 보관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코에 뿌리는 감기약은 몇 시간씩 간격을 두고 스프레이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대원제약(003220)은 감기약 콜대원을 짜 먹는 스틱형이나 스프레이형으로 선보이고 있다. 콜대원 스틱형은 성인과 어린이용으로 나뉜다. 어린이가 먹는 콜대원 키즈는 지난 2023년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콜대원 키즈는 해열·진통 성분에 따라 보라색(아세트아미노펜)과 주황색(이부프로펜)이 있다. 동화약품의 화이투벤시럽, GC녹십자(006280)의 어린이 감기약 콜록키즈펜시럽도 짜 먹는 형태다.
차(茶)처럼 마시는 감기약도 있다. 헤일리온의 테라플루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일반의약품 부문이 분사했다. 테라플루는 레몬향 가루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기 때문에 흡수가 빠르다. 알약을 삼키기 힘든 노인이나 어린아이도 액체로 섭취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249420)이 판매하고 있다.
◇증상, 건강 상태 따라 성분 골라 써야
일반의약품은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보니 광고에 큰 영향을 받는다. 환자가 증상과 상관없이 많이 본 광고에 나온 약품을 사기 쉽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환자 상태에 맞춰 감기약을 골라 써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감기약마다 성분 함량과 조합이 다르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효과적인 제품을 권고한다”며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은 열이 나거나 몸살 기운이 있고 머리가 아플 때 쓰는 약이고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재채기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감기약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일일 최대 용량(4000㎎)을 초과하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포함하는 다른 제품과 함께 복용하거나 최대 용량을 초과 복용하면 안 됩니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간이 약한 환자에게는 이부프로펜을 추천한다”면서 “반대로 이부프로펜은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복용 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