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반려동물 용품 박람회 '2025 펫쇼 코리아'에서 반려견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에 이어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 간 2라운드 경쟁이 펼쳐졌다. 전 세계에서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동물의약품뿐 아니라 식품·간식, 영양제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제약사들은 최근 의약품에 이어 건강기능식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 과정을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과거 인간을 위해 개발하던 의약품을 반려동물용으로 적용했다면, 최근엔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려동물의 고령화 추세와 사람과 다른 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로 영양제 출시 경쟁

보령(003850)의 자회사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지난 21일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리베펫(Liebepet)’애서 영양제 제품군인 ‘보령 리베펫 닥터(Liebepet Dr.)’ 6종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그동안 개, 고양이 간식을 출시했는데, 이번에 기능성 원료를 배합한 영양제를 시장에 내놨다. 사람으로 치면 건강기능식품과 같다.

이번에 출시한 영양제 6종을 보면 회사는 구강과 관절, 눈, 피부·털 건강과 면역력을 높이는 제품과 종합 영양제 등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각 제품에 함유된 원료는 유산균, 보스웰리아, 루테인, 초유와 코엔자임Q10, 스피루리나, 피쉬콜라겐 등이다. 사람들이 먹는 건강기능식품에서 익숙한 기능성 성분들이다.

회사는 “인간이 섭취 가능한 수준을 의미하는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 원료를 채택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보존제, 향료 등 합성 첨가물을 배제해 보호자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공생세균) 전문기업인 쎌바이오텍(049960)은 반려견 대상 유산균 제품 ‘듀오펫 유산균 바이 듀오락’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원료로 생산했으며, 사람보다 높은 반려동물의 체온(섭씨 38~39도)을 고려해 40도의 환경에서 유산균 생존을 검증한 세계 특허 ‘듀얼코팅’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유산균의 체중 감소 연구를 진행해 해당 연구 결과가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쎌바이오텍과 가천대 노화임상영양연구소는 과체중·비만 상태의 반려견 41마리를 대상으로 12주간 체중, 혈액 상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 이를 통해 해당 유산균 2종이 반려견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고 했다.

최근 제품의 기능성·안전성을 앞세우는 전략을 펼치는 반려동물 브랜드가 늘고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용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월 반려동물 브랜드 ‘벳플(Vetple)’로 반려견과 반려묘 영양제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의 신체 건강뿐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도 겨냥했다. 회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면역 증진과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되는 성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적록색약인 반려견을 고려해 제품 패키지에 푸른 계열 색상을 적용해 나중에 장난감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라퓨클레르 동물피부클리닉에서 반려견에게 주사 치료를 하는 모습./뉴스1

◇인간용보다 개발 시간·비용 덜 드는 장점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품 개발 경험을 살려 동물의약품 사업도 하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2019년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대웅펫을 설립하고, 개·고양이 간 질환 치료 의약품인 ‘유디씨에이정’을 출시했다. 동물병원에서만 구매 가능한 의약품이다. 대웅펫은 동물의약품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도 하고 있다. 유한양행(000100)은 2023년 9월 바이오 기업 플루토와 함께 동물 골관절염 치료 주사제 ‘애니콘주(AniConju)’를 출시했다.

동물의약품도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쓰는 의약품에 비하면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덜 든다. 동물의약품 개발 비용은 사람에 쓰는 의약품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제약사로선 짧은 시간에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후보물질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사람에 쓰려고 개발 중인 의약품은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성공하지 못해도 이미 동물실험을 거쳤으므로 경우에 따라 동물용으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반려동물 전문 자회사와 브랜드가 기업 실적 성장에 큰 기여는 못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는 데다 반려동물 수명도 길어지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시장은 맞지만, 국내는 시장이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고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고가 영양제 구매자가 기대보다 많지 않고, 식품, 유통업계도 이 시장에 진입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동물의약품 시장도 사람이 쓰는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제약사가 선점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Pfizer)의 동물보건사업부가 독립한 조에티스(Zoetis)가 현재 동물의약품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백신, 항염증제, 진통제, 사료, 영양제 등 300개 이상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