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에 있는 사노피 본사. /연합뉴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는 22일(현지 시각) 미국 비질 뉴로사이언스(Vigil Neuroscience)를 약 4억7000만달러(한화 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사노피는 이번 인수로 TREM2 작용제 계열의 먹는 신약 후보 물질인 ‘VG-3927’을 확보했다. TREM2는 골수세포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로, 중추 신경계와 뇌에 있는 미세아교세포의 손상을 감지하는 기능을 한다.

신경교세포는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는 후방의 지원부대와 같다. 그중 미세아교세포는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를 치료하는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표적이다.

비질에 따르면 VG-3927은 TREM2 수용체를 활성화해 미세아교세포의 작용력, 생존력, 증식 능력을 높이고 염증을 억제해 신경세포의 손상을 완화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앞서 사노피는 2022년 국내 에이비엘바이오과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ABL301’에 대해 최대 1조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ABL301은 약물이 혈뇌장벽(血腦障壁·BBB)을 통과하도록 돕는 그랩바디-B 기술을 적용한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산소나 영양분은 혈관에서 뇌로 가지만, 그보다 큰 단백질은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에 막혀 뇌로 가지 못한다. 혈뇌장벽은 뇌를 외부에서 온 이물질로부터 보호하지만, 항체 같은 단백질 치료제가 뇌로 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 안팎에 비정상적으로 쌓인 것을 없애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지난해 7월 FDA가 승인한 미국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도나네맙)’가 이런 방식의 치료제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 외에 염증이나 대사질환, 미세아교세포 등을 공략하는 치료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이상 단백질 덩어리를 다른 발병 원인이 있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묵 단장은 “치매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원인을 고려한 칵테일 치료 요법이 나와야 한다”며 “치료제의 투과 경로를 바꾸거나 혈뇌장벽 투과율을 높이는 방법, 면역·유전자 치료제 같은 다양한 치료제도 향후 나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