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인 알지노믹스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 기술을 수출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약 1조9000억원이다.
알지노믹스는 “일라이 릴리와 자사 RNA 치환 기술을 활용해 신규 RNA 편집 치료제를 개발하는 내용의 전략적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선급금 금액은 양사 합의에 따라 비공개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두 회사는 유전성 난청 질환을 치료할 RNA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알지노믹스가 초기 연구·개발(R&D)을 하고, 일라이 릴리가 후속 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알지노믹스는 2017년 이성욱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가 창업했다. RNA는 유전정보가 담긴 DNA에서 특정 부분을 복사해 생명현상을 좌우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알지노믹스는 이런 RNA를 잘라내고 바꾸는 리보자임(ribozyme)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리보자임도 RNA이지만 단백질 합성이 아니라 효소 역할을 한다. 알지노믹스는 리보자임 기술로 질병을 유발하는 표적 RNA를 제거하고, 치료 효과를 내는 RNA를 발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가전략기술로도 선정됐다.
회사에 따르면 DNA 편집 기술은 한 번의 교정으로 영속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교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RNA 편집 기술은 RNA 특성상 일시적이며 다수의 돌연변이가 발견되는 유전자의 경우 각각의 염기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알지노믹스는 “RNA 치환 효소 기술은 다수의 돌연변이가 발견되는 부위의 앞 부위를 표적으로 삼아 편집·교정이 가능해 치료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며 “표적 유전자의 중간 부위를 표적해 일부분만 교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는 “세계적인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와 협업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정밀 RNA 치료제를 통해 난치 질환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 측은 “이번 파트너십은 글로벌 바이오텍 분야에서 입지를 확장하려는 알지노믹스에게 중요한 이정표”라며 “또 일라이 릴리의 RNA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청각장애와 기타 미충족 치료 수요가 큰 영역에서 새 해결책을 모색하는 전략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