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002210) 오너 일가 2·3세인 삼촌과 조카의 경영권 분쟁이 소송전으로 번지며 격화하고 있다.
동성제약은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 제기 건을 담은 주요 사항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9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오너 2세인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전 대표이사와 동성제약의 최대 주주 브랜드리팩터링이 지난 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동성제약을 상대로 신주상장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날 오후 이 회장은 해당 소송 건을 취하했다고 재공시했다. 구체적인 취하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동성제약은 1957년에 설립된 의약품과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 제약사로, 배탈 치료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 탈모치료제 ‘미녹시딜’ 등이 이 회사의 주요 의약품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양구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조카 나원균 부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오너3세 경영 체제로 바뀌었다. 이양구 회장은 동성제약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아들이다. 나원균 현 대표는 이양구 현 회장의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의 아들이다.
즉, 이 회장과 나 대표는 삼촌과 조카 지간인데, 이 회장 측과 나 대표 측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것이다.
경영권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동성제약 최대 주주였던 이 회장은 지난달 보유 지분을 마케팅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이 회장은 보유 주식 368만주 전부를 120억원에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코스닥 상장사인 의료기기 회사 셀레스트라(352770)의 백서현 대표가 지분 60%를 보유한 회사다. 현재 셀레스트라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있다.
동성제약은 이 회장의 지분 매각이 나 대표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동성제약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회사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 개시 결정일까지 주식거래가 정지된다.
이 회장 지분 중 86만여 주(3.31%)는 동성제약의 임시 주주총회 개최 후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기로 약정했는데, 회사가 법정관리 신청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동성제약은 회생절차 개시 신청 사유에 대해 “경영 정상화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동성제약 대표와 이사진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성제약의 법정관리 신청과 이 회장의 가처분 소송 카드 모두 양측의 지분 경쟁을 대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이 회장이 상장 금지를 요청한 주식은 지난달 16일 동성제약 이사회가 에스디에너지를 상대로 결의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상장 주식 51만8537주다.
현재 지분율 경쟁에서는 이 회장(3.31%)과 브랜드리팩터링(10.8%)이 우위에 있는 구조다. 이 회장 아들 2명과 배우자 지분을 다 합치면 이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총 15.62%다. 2대 주주 나원균 대표 지분은 4.09%, 나 대표의 모친 이경희씨의 보유 지분은 1.55%이다.
하지만 에스디에너지에 배정된 신주가 상장되고 교환사채(EB)를 발행받은 딥랩코리아가 나 대표의 우군이 된다면 나 대표 측 지분율이 12.77% 수준이 된다. 해당 EB는 오는 26일부터 동성제약이 보유한 자사주와 바꿀 수 있다. 교환가액은 3985원, 총교환 주식 수는 175만6587주다. 동성제약 자사주 비중이 10.48%라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 구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동성제약은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66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작년 매출액은 884억원으로 전년보다 2억원 줄었다. 지난 8일에는 기업은행 방학동 지점에서 만기가 도래한 전자어음 1억348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는 “당사의 예금 부족으로 결제가 미이행된 것”이라며 “이날 전자 어음금액 1억348만원을 입금했다”고 해명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동성제약 경영난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영난을 두고도 이 회장과 나 대표가 책임 다툼을 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은 회사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자금 차입 성공을 조건으로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를 조카에게 넘겨주고 경영에서 물러났으나 조카가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대표 측은 전 경영진이 무리하게 잘못된 자금 계약을 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