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의 특별 세션인 ‘골든 트라이앵글 생명과학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기조강연에서 "세포에 빛을 쏘면 우리 뇌속 단백질과 칼슘 양을 조절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세포에 빛을 주는 기술로 우리 뇌 속 단백질과 칼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15년간 개발한 이 기술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허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골든 트라이앵글 생명과학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영국·일본 3국이 바이오·디지털 헬스 분야의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바이오코리아 2025′의 특별 세션으로 마련됐다. 이 포럼은 앞서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시작했으며, 이번에 서울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허 교수는 지난 2015년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함께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光遺傳學, optogenetics) 도구인 ’옵토스팀원(OptoSTIM1)‘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광유전학은 유전자를 변형해 특정 신경이 빛 신호를 받으면 작동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허 교수는 “세포들에 빛을 주면 세포 간 신호가 활성화하면서 분열·이동 등 모든 세포 과정을 조절할 수 있다”며 “빛으로 이러한 세포 과정을 유도해 암,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와 동물에서 세포 간 신호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생쥐의 뇌에 옵토스팀원을 쏜 결과, 세포가 활성화하고 새로운 뉴런(신경세포)이 생성되는 것도 확인했다. 허 교수는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면 손상된 신경 회로를 재생 수 있어 우울증, 파킨슨병 등을 고칠 수 있다”며 “기억을 관여하는 뇌 해마에 뉴런이 생기면 기억력도 좋아져 쥐가 똑똑해진다”고 말했다.

빛의 파장에 따라 뇌에 침투할 수 있는 깊이도 달라진다. 허 교수는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을 쏘면 뇌 안으로 1~2㎜밖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파장이 긴 붉은색 빛을 쏘면 이보다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붉은색 빛을 쏘면 신경 신호를 만드는 칼슘 농도가 높아져 세포 반응이 활성화한다.

허 교수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신경질환에 맞는 줄기세포 치료제나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효능은 인간 대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허 교수는 “옵토스팀원으로 빛을 비춰 생쥐의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는데,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헤 여러 퇴행성 질환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인간 대상 연구를 통해 10년 뒤에는 인간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