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생명과학, 헬스케어, 디지털·AI(인공지능) 연구가 각자 따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 혁신을 이끄는 한국·영국·일본 등 3국이 힘을 합쳐 이를 통합·유기적으로 연구한다면 세계적인 혁신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케이 조(Kei Cho)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뇌과학과 교수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골든 트라이앵글 생명과학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바이오코리아 2025′ 특별 세션인 이번 포럼은 한국·영국·일본 3국이 바이오·디지털 헬스 분야의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3개 대학과 조선비즈가 공동 주최했다. 앞서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시작했으며, 이번에 서울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골든 트라이앵글은 영국의 3대 대학인 킹스 칼리지 런던, 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를 잇는 지역으로,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부터 상업화, 창업, 투자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 개념을 한국·영국·일본 3국이 협력하는 글로벌 생명과학 생태계로 확장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적인 바이오헬스 산업 강국으로 꼽힌다. 글로벌 10대 상위 제약사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2곳이 영국 기업이다. 연구개발(R&D) 예산에서도 보건의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1%(5조4100억원)로, 미국(28%·43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바이오헬스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는 유럽연합(EU)보다 앞서 있다. 특히 3대 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가 강하다. 국가 R&D 예산 가운데 대학에 배정되는 비중은 23.5%로 전 세계 1위(2020년 기준)다. VC 펀딩의 24%가 영국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투자된다.
영국의 제도적 환경도 바이오헬스 분야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밥 뎀즈(Bob Damms) 영국 국제통상부(DIT) 생명과학 투자 고문은 “영국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는 25%인데, 특허 기술이 있는 기업에는 10%만 부과한다”며 “대학에서 창업한 기업이 분사한 뒤 IPO(기업공개)하기까지 전 주기 과정을 도와주는 자금 시장이 마련돼 있는데, 연구기관뿐 아니라 영국 국영 개발 은행인 비즈니스 뱅크(BBB)에서도 자금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클라우드·AI 등 첨단 IT(정보기술)을 접목하며 의료 시장의 디지털화에 집중하고 있다.
신약개발 자금 지원도 활발하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 VC를 통해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의 비임상시험과 임상 1·2상 시험에 출자액 2배 규모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 진출과 상업화도 적극 지원한다.
히로키 타카이(Hiroki Takai) 글로벌브레인 투자 그룹 디렉터는 “일본은 한국처럼 교육 수준이 높고, 기초과학에 강점을 보이는 나라”라며 “일본 내 펀딩뿐 아니라 해외 VC나 투자시장을 공략하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도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는 바이오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오는 2027년까지 1조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비롯한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전문인력도 11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한국 정부는 K-바이오백신 펀드를 비롯해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에 돌입했다“며 ”올해 글로벌 R&D 파트너십을 위해 복지부 예산도 확대됐는데, 한국 내 생태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환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서기관도 “한국에는 연구병원단지와 같은 혁신 인프라와 20개 넘는 지역 단위 바이오 클러스터가 존재한다”며 “오늘 포럼에서 영국·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협력 파트너십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