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주사제./MSD

미국 머크(MSD)가 한해 수십조원 매출을 올리는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를 정맥 주사(IV)에서 피하 주사(SC) 제형으로 바꿔 출시하려고 속도를 내자, 관련 기술을 두고 특허 분쟁이 벌어졌다. 정맥 주사를 피하 주사로 바꾸면 특허 기간이 끝나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지만, 특허 분쟁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Halozyme Therapeutics)는 MSD를 상대로 뉴저지주 연방지방법원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24일(현지 시각) 밝혔다. MSD가 자사의 고용량 피하 주사 기술인 ‘MDASE’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294억8200만달러(한화 42조2700억원)를 기록한 세계 매출 1위 약이다. 키트루다의 특허는 2028년 만료된다. MSD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시장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제형 변경을 내세웠다. 정맥 주사를 피하 주사로 바꾸면 약물 투여 시간이 짧고, 병원에 가지 않고 환자가 직접 투여할 수 있다. 환자 편의성을 높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 특허를 연장하는 효과도 있다.

MSD는 키트루다 피하 주사제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을 완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MSD는 올해 9월 FDA 허가를 받아 연내 키트루다 피하 주사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할로자임은 “MSD는 정당한 기술 라이선스 협상 없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키트루다 피하 주사 제형의 상업화를 막기 위한 금지명령과 손해배상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앞서 할로자임은 MSD에 라이선스 계약 협상을 제안하면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소송을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협상이 결렬되자 실행에 옮긴 것이다.

MSD는 정맥 주사 제형인 키트루다에 한국 업체 알테오젠(196170)의 피하 주사 제형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알테오젠은 정맥 주사 형태의 치료제를 피하주사로 바꿀 수 있는 독자 기술(ATL-B4)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할로자임은 MSD가 변형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s)에 대한 광범위한 특허 1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히알루로니다제 단백질은 정맥 주사로만 가능했던 약물을 피하 주사 형태로 투여할 수 있게 해준다.

MSD는 피하 주사 제형 변경 기술은 알테오젠이 독립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해당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은 할로자임의 어떤 특허에도 공개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맥 주사 사진. /조선DB

할로자임이 소송을 제기한 이날 MSD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MSD는 이날 컨퍼런스콜(실적 발표회)에서 키트루다 피하 주사 제형이 임상 3상 시험에서 기존 정맥 주사 제형과 동등한 유효성·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MSD는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8% 늘어 155억달러(약 22조2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키트루다 매출은 고정 환율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늘어 72억달러(약 10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작년에 출시한 폐동맥 고혈압 신약인 윈레브에어(Winrevair)도 1분기 매출이 2억8000만달러(약 400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