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33조원을 투입해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존슨앤드존슨(J&J)가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유럽의 대형 제약사도 미국 투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관세였던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글로벌 빅파마들이 잇달아 미국으로 생산, 연구개발(R&D) 인프라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바티스는 10일(현지 시각) 향후 5년간 미국에 10개 생산시설을 신설·확장하는 데 230억 달러(약 33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미국 플로리다와 텍사스주에 방사성 의약품 공장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또 인디애나, 뉴저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기존 공장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설 공장들은 노바티스의 블록버스터 방사성 의약품인 루타테라(Lutathera)와 플루빅토(Pluvicto)의 주요 생산 기지가 될 전망이다. 노바티스는 “이번 투자로 미국에 판매되는 주요 의약품을 전적으로 현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며 “미국에서 약 1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R&D 기지도 미국에 짓는다. 노바티스는 이번 투자에는 샌디에이고에 조성하는 신규 R&D 허브에 대한 11억달러 투자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R&D 허브는 2028~2029년에 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노바티스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인 데 영향을 받았다고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일라이 릴리, 머크(MSD), 화이자 등 미국 주요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비공개로 만나 의약품 수입 관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월, 일라이 릴리는 270억달러(약 39조원)를 투입해 미국에 생산시설 4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3월 존슨앤드존슨은 550억달러(약 79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3개의 생산 시설을 신설하고 기존 시설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발표한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의약품은 빠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의약품에도 별도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유럽에서는 EU(유럽연합)에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U의 정책 변화가 없으면 미국으로의 투자와 R&D, 제조 인프라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