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동차 관세 정책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일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의약품 관세 정책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068270), SK바이오팜(326030) 등 기업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국내 최대 의약품 수출국인 만큼 관세 부과 시 국내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제약사들 다시 미국으로”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3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에 이어 전 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됐다. 지난달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에 이어 오는 2일에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 시각)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며 “제약사를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관련 관세율에 대한 질문에는 “제약사가 미국에 제품을 들여올 때 적절한 수치를 찾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약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원료의약품(DS)의 상당 부분을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발생해 자국 생산 확대의 필요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를 통해 외국산 원료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의약품 관세는 미국 기업들도 예외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일라이 릴리, 화이자, 머크(MSD) 등 미국의 주요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해외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면서도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 관세가 없다”고 압박했다.

가장 먼저 일라이 릴리가 트럼프 면담 엿새 만에 미국에 270억달러(약 38조7700억원)를 투자해 신규 생산시설 4곳 건설 계획을 밝혔고, 이어 MSD도 10억달러(1조47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백신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존슨앤드존슨(J&J)도 4년간 550억달러(8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미국에 공장 13개를 두고 있는 화이자도 향후 정책 향방에 따라 해외 제조시설을 미국 공장으로 빠르게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韓기업들, 미국 위탁생산으로 대응

미국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관세율 구간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관세 적용 대상이 완제의약품,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중 어디까지 포함될지 예의주시하고 한다.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수출하는 셀트리온은 재빨리 중장기 대응책을 마련했다. 현재 미국에 판매 중인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올해 3분기까지 쓸 원료를 미국에 이전해, 올해 판매분에 대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관세 부담이 적은 원료는 수출하고, 완제의약품은 미국 현지 CMO 업체를 통해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 추가로 생산 공장을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해외에서 여러 위탁생산(CMO)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만큼, 관세 부과가 결정될 경우 빠른 전략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XCOPRI)’를 판매 중인 SK바이오팜은 생산기술을 현지에 이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재고 물량을 확보하는 등 이미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시 FDA 승인을 받은 CMO 시설에서 즉시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관세 부과가 한국 제약·바이어 업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는 국산 의약품 비중은 완제품보다 원료나 CMO 의약품이 높아, 완제품에만 관세가 적용될 경우 국내 기업이 받을 영향은 적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 공약집을 보면, 관세는 필수의약품에 한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필수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관세 대상 기업은 일부 대기업으로 전체 5%에 불과하며, 현재 R&D(연구개발)가 한창인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은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원료에 관세가 붙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나 철강 분야는 매출에서 원재료 비중이 커 관세를 매길 경우 타격이 큰 반면, 의약품은 생산, R&D,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전체 매출에서 원재료 비중이 10% 미만”이라며 “수익 추정치가 조금 낮아지고 주가는 빠질 수 있지만, 우려할 만한 정도의 피해는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