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목동 재건축 단지들이 김포공항 이전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70년 만에 추진하는 고도제한 기준 개정에 따라 기존에 고도제한 규제를 받지 않던 목동 재건축 단지들도 고도제한의 영향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목동 단지들은 김포공항을 이전하거나 ICAO의 개정안이 국내에 원안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 14개 단지는 ‘ICAO 국제기준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연명부’를 받아 이날 오후 지역구 의원실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연명서에는 50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동 단지의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이날 오후 지역구 의원과 만나 ICAO의 고도제한 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민간항공 항공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ICAO는 지난 3월 ‘장애물 제한표면(OLS)’ 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건물 등 장애물의 생성을 획일적으로 엄격히 규제했던 ‘제한표면’(OLS)을 완화해 ‘금지표면’(OFS)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개정 규정은 다음 달 4일 발효된다. 전면 시행일은 2030년 11월 21일이다.

개정안이 국내에 적용되면 김포공항의 반경 약 11∼13㎞에 이르는 지역이 평가표면으로 분류된다. 이 지역은 45·60·90m 등으로 고도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천구 목동 역시 평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고도제한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목동 단지들은 고도제한 적용 시 사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목동의 1~14단지는 모두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많은 곳들이 아파트 높이를 180m(49층)까지 올리려고 한다. 만약 이번 규제가 적용되면 목동 재건축 단지들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목동 9단지 재건축 조감도. /서울 양천구 제공

목동 재건축 단지들은 이번 반대 서명에서 “이 기준이 국내에 적용될 경우 서울 양천구 목동을 포함한 마포·영등포·은평 등 수도권 서부 대부분 지역이 새롭게 고도제한 규제에 포함돼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지고, 주민의 재산권과 주거환경 개선 기회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며 “이에 우리는 ICAO 개정안이 국내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목동 재건축 단지들은 김포공항을 이전하거나 ICAO 개정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반대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고 있다.

목동 재건축 단지들은 이번 서명에서 “서울 서남권 개발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김포공항을 이전해야 한다“며 ”국토부는 ICAO 개정안에 대한 국제 의견수렴 절차에서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공식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목동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 차원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유관 지자체는 이번 사안을 개별 자치구의 문제가 아닌 수도권 전체의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규제 완화를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역시 이번 사안이 기존 시 개발 계획에 영향을 주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ICAO 국제기준 개정안에 대응해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서울시는 운항상 안전 확보가 된다면 개정안의 취지에 맞게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서울시는 TF에서 마련한 건의안을 국토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TF에는 서울 강서구·양천구, 경기 김포·부천시, 인천시 계양구 등 관련 지자체와 관제사협회, 항공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