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중산시범아파트 전경. /용산구청 제공

지어진 지 55년이 된 서울시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가 재건축 절차에 돌입하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이 아파트는 재난위험등급이 D등급에 이를 정도로 노후화됐지만, 서울시가 아파트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토지임대부주택’이어서 그간 재건축이 어려웠다. 그러나 중산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이 시유지 매입 계약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아파트는 본격적인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13일 용산구청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중산시범아파트 소유주의 90% 이상이 서울시 소유의 토지 매입을 위한 계약보증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전체 266세대 중 250세대 이상이 계약보증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 있는 중산시범아파트는 전용 40~60㎡로 구성된 266가구의 아파트다. 1970년 6월 준공되며 올해로 준공 56년차를 맞았다. 이 아파트는 1996년부터 재난위험 ‘D등급’의 특정관리대상 시설로 지정되면서 안전 등의 이유로 재건축의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분리된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재건축이 어려웠다. 토지임대부주택인 중산시범아파트는 건물에 대한 권리는 아파트 소유주에게 있지만, 토지 소유주는 서울시다. 아파트 소유주가 시유지를 매입해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시가 지난 2022년 시유지를 아파트 소유주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산시범아파트도 재건축의 길이 열리게 됐다.

중산시범아파트 소유주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1092억원 수준이다. 서울시 공유재산심의회가 감정평가 금액을 바탕으로 전체 부지(4695.5㎡)에 대한 매각 금액을 1092억원으로 결정했다. 아파트 소유주는 면적별로 3~5억원대의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계약금은 매입 금액의 10% 수준이다.

소유주들은 용지 매입에 대해 10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단,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는 매입 대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최근 중산시범아파트 소유주의 시유지 매입을 위한 보증금 납부가 급물살을 탄 것은 시유지에 대한 감정평가의 유효기간이 이달까지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4년 시유지 매각 작업을 위한 감정평가가 이뤄졌는데, 이 유효기간이 이달까지다. 만약 이달까지 매매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감정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할 수 있다. 용산구는 법률 자문을 받아 계약보증금을 납부하면 계약 의사가 있는 것이므로 매매대금을 전부 치르지 않더라고 계약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토지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면 중산시범아파트는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 이곳 아파트의 호가는 전용면적 39.67~59.5㎡에 따라 8억5000만~12억원선에 형성돼 있다. 중산시범아파트는 인근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 개발 사업에 따른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매물이 많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