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0년 전 제시했던 ‘가덕도신공항 7대 불가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부산시의 공기연장 제안에도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국토부는 빠른 시일내 재입찰을 하겠다고 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퍼지고 있다.

11일 국토부가 2016년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한 ‘가덕도신공항 7대 불가론’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은 당초 안전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 수요 등 7가지 측면에서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당시 국토부는 안정성을 두고 ‘가덕도는 태풍의 영향을 자주 받는 지역으로,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해 항공기 이착륙 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국토부 제공

국토부는 2021년 국회 제출 보고서에도 7대 불가론을 들어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같은 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몇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고, 국토부도 이를 수용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시가 가덕도신공항의 공기 연장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현대건설은 공기 연장 등 재입찰 조건이 바뀌더라도 공사에서 철수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이날 밝혔다.

부산시는 2029년 조기개항을 위해 공사기간 84개월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9일 착공 후 지반이나 기후 등 여건이 변하는 경우 조건부로 공기 연장을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앞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입찰조건 보다 24개월 더 긴 108개월의 기본설계안과 2035년 준공계획을 제출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조건을 받아준다는 데도 현대건설이 불참하겠다는 건 사실 그 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라면서 “나머지 컨소시엄 건설사들도 현대건설을 믿고 들어간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일단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간 컨소시엄 참여 사업에서 주관사가 탈퇴하는 사례가 드물어 난감한 분위기도 읽힌다. 국토부에서는 조만간 입찰 조건을 정리해 재입찰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은 현재 입찰조건과는 맞지 않는 만큼 중단된다.

김정희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국가계약법상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과정은 일단 중단된다”면서 “재입찰에 앞서 부산시, 건설업계 등과 입찰조건을 두고 조율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25.5%)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대우건설(18%)이 주관사로 재입찰하는 방안도 언급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13.5%)가 시공능력평가 10위권내 건설사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는 금호건설·HL D&I한라·코오롱글로벌·동부건설·KCC건설·쌍용건설·BS한양·효성중공업이 각각 지분 4%씩을 들고 있고, 나머지는 부산지역 건설사들로 지분 11%를 가지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네 차례 유찰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새로운 컨소시엄이 등장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컨소시엄이 가지고 있는 설계안이 최적으로, 새로운 컨소시엄이 등장해 설계안을 만드는 데까지는 반년 이상 더 걸릴 것”이라면서 “현대건설이 포기한 지분을 대우건설이 다수 흡수해 사업을 이끌고 갈 가능성이 있고, 이외에 몇몇 중견건설사가 참여의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기간이 향후 공항을 이용할 국민들의 안전을 좌우하지 않겠느냐”면서 “재입찰의 세부적인 조건이 나와야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지금으로선 가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