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셈텍 아시아 2025'에서 특별세션 발표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시멘트 업계의 탄소 감축을 위해 순환자원 재활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폐기물을 시멘트 연료·원료로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 서울에서 열린 ‘셈텍 아시아 2025’ 행사의 특별세션으로 ‘국내 시멘트 산업의 탄소 중립 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셈텍 아시아는 영국의 시멘트 산업 전문 기관인 셈넷(Cemnet)이 주최하는 국제 학술 및 기술 교류 행사다. 올해는 한국시멘트협회 후원으로 한국에서 처음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에서 장 미셸 삼표그룹 전무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폐콘크리트, 폐벽돌 등을 시멘트 생산의 대체연료로 사용할 경우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셸 전무는 “생활 폐기물을 소각하게 되면 20~30%가 재로 나와 이를 다시 매립해야 하지만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대체 연료로 사용돼 소성로에 들어갈 경우 재나 비산재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셸 전무는 “서울 소각장 4곳에서 하루 2800톤(t)의 폐기물을 처리하면 하루 500∼800톤의 재가 매립지로 보내지는데 시멘트 소성로에서 1톤의 생활폐기물을 공동 처리하면 매립이나 소각에 비해 약 0.5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다”며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이 높은 유해 물질도 열분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폐기물을 시멘트 생산의 대체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은 유럽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다. 토마스 암스트롱 셈넷 회장은 “한국의 연료를 대체하는 비율이 30%이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폐기물 등으로) 평균 60%에 이른다”며 “한국과 달리 유럽은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해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미셸 전무 역시 “유럽 같은 경우 100% 대체연료로 구동하는 공장도 있다”며 “프랑스 시멘트 회사 홀심(Holcim)은 시범 공정을 통해 재활용 물질을 활용해 100% 크링커를 생산했다”고 했다. 크링커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고온의 화학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중간 제품으로, 최종 시멘트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진만 공주대학교 교수는 “가연성 폐기물은 연료로서 사용할 수 있고, 타지 않는 불연성 폐기물은 원료로 공동처리가 가능한 유일한 공정이 시멘트 공정이기 때문에 인류가 버리는 폐기물을 자원순환 시각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 다양한 전처리 공정을 도입해 원료로서 사용되는 물질들의 유해물질의 논란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폐기물을 시멘트 생산 공정의 연료 또는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규제가 많다.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폐기물관리법에 규정된 중금속, 염소 및 발열량 기준을 준수하는 폐기물만 대체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며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시멘트 대체연료의 발열량 기준은 kg당 4500 kcal인데 고형연료제품(SRF) 기준보다 1000 kcal/kg 높아 대체연료 확대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이로 인해 시멘트 업계에서는 대체연료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며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을 어렵게 만들고 국가적으로도 자원순환사회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 설비를 갖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환경 규제 부담은 시멘트 산업이 규제 준수에 필요한 환경 투자 시설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며 “투자에 따른 추가 비용은 시멘트 가격에 반영돼야 하고, 정부에서 걷은 배출 부과금은 환경규제 대응에 맞는 환경 투자 시설 확보에 필요한 재원 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