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하반기 일본 법인을 설립한다.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건설·에너지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결정이다.
4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건설부문의 일본 법인 설립에 대한 안건이 가결됐다. 올해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현재 일본 법인 설립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 상사부문만 일본 법인이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단순 시공이 아닌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라며 “현지 시장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인 설립이 필요한 상황으로 올해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일본 시장에서 에너지 인프라 등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그린수소(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과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린수소 사업을 위해 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일본 대표 엔지니어링사인 지요다화공건설과 그린수소 기술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호주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계 ‘디지에이 에너지 솔루션스 호주(DGA Energy Solutions Australia)’와 손을 잡았다.
일본 대표 중공업기업인 IHI사와는 SMR 사업에 대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IHI사와 SMR을 위한 강판 콘크리트 벽체(SC·Steel-Composite) 모듈화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원전 구조물 벽체는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들고 철근과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IHI사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강판 사이에 콘크리트를 넣어 현장에서 조립해 시공하는 모듈화 방식으로 강판 콘크리트 벽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SMR 시장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일본 주택 및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본 시장 자체가 외국 기업의 진입 절차가 까다롭고 문화적인 차이로 사업 영역을 이 방향으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사업 프로젝트는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일본 건설시장의 규모는 50조엔(약 475조원) 이상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기술력 있는 현지 건설사가 다수 존재하고 해외 기업에 대한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선진 건설시장 가운데 진입 장벽이 높은 곳이다.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이 일본에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다. 대우건설은 1989년에 후쿠오카 한국 총영사관 신축공사를 맡으면서 일본 건설시장에 진출했다. 법인 설립 이후 정보통신 및 전자기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