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국내 부동산시장도 큰 정책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공급 확대와 1기 신도시 재정비 등 노후 도시 개발을 통한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등을 공약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급 확대 규모 목표와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주택공급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되도록 빨리 제시해 시장 불안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정책의 중심을 주택 실수요자 중심에 맞춰 이들에게 대출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대출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정책보다는 실수요자에게는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시장을 나눠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지방의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점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수요자 중심 대출규제 완화 필요, 생애 최초는 취득세 감면해야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규제 완화는 전문가들이 꼽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다. 다음 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 한도를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이 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7월부터 은행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기타 대출에 대해 스트레스 금리 1.5%(지방 주담대는 0.75%)를 추가하는 3단계 DSR을 시행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실수요자 대출 여력을 더욱 축소하며 중저가 시장마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완화해야 시장 위축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DSR 전면 확대보다는, 소득 수준과 지역별 차등을 적용하는 등 유연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미분양주택이 많은 지방 중심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특히 실수요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지난 수년간 부동산 세제 변화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새 정부는 조세 정의를 회복하면서도 실수요자의 부담은 줄이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을 통해 중산층과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게는 엄정한 과세를 지속함으로써 시장의 과열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도 “최소 1년 동안 지방 미분양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면제해 주고, 양도세는 5년간 면제, 재산세 감면 등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방세법을 개정해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최초 취득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 취득세를 줄여주고 있다. 취득세율이 가구별 주택 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활용해 감세를 해주는 것이다. 이 조치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

그래픽=정서희

“지방 수요 살리려면 인프라부터 개선해야”

지방의 부동산시장과 건설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인프라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만으로 풀기 어렵다”며 “지역경제, 학교, 병원, 일자리 같은 부동산 외적 환경이 복잡하게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위원은 “청년들이 그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살 수 있도록 지역경제를 살리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지방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도 “지방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 국립대학교에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며 “결국 관건은 인프라 개선을 통해 지방의 사람과 돈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팀장도 “수요 유입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택지개발보다는 지역 대학·기업 유치,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수요 유입 여건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 / 연합뉴스

서울이 주도하는 집값 상승, 당분간 이어질 듯

한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주택시장은 연내 1% 이상 상승한 서울 주도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규제되면서 전세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나 집값이 더 오르기 전 구매를 서두르던 ‘포모’(fear of missing out) 수요가 당분간 줄고 거래가 주춤할 전망이지만 가격은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최근 5년간 수도권의 인허가 물량이 현저히 낮다”면서 “앞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지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하고, 서울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과다하기에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발생한다”면서 “(공급이 부족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새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위원은 “주택공급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금 주택시장 불안의 핵심”이라며 “새 정부는 공급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또 계획보다 실천과 속도가 시장 안정의 최대 관건”이라며 “(정부의 공급 정책을) 기다리면 집을 싸게 장만할 수 있다는 신호를 무주택자와 시장에 확실하게 보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