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이 오는 6월 8일 창립 7주년을 맞는 KIND가 나아가야 할 목표로 ‘디벨로퍼’(개발사업자) 역량 강화를 꼽았다.

김복환 KIND 사장. /KIND 제공

김 사장은 지난 5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3 KIND 본사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도급 방식의 설계·조달·시공(EPC) 수주에 그쳤던 영역을 파이낸싱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0~2014년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서 국토교통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해외 일괄도입방식(턴키) EPC 시장에서 톱티어(일류) 지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이후부터는 저렴한 인건비로 승부하는 터키, 중국 등에 밀려 국내 건설사들은 2군으로 밀려났다.

그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이 크지 않은 EPC 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난이도가 높은 파이낸싱 단계까지 확대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설계, 조달 수주는 그대로 진행하고 노동 경쟁력이 중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시공 영역은 하청업체를 활용하고, 파이낸싱 사업 참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특히 국내 기업들은 KIND가 주주로 참여하고,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해외투자개발사업(PPP) 역량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4년 행정고시(38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국토교통부에서 철도안전정책관·도시정책관·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4년간 UAE 대사관에서 국토교통관을 맡은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사장을 맡아 KIND를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100여명의 KIND 조직에서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취임 이후 사장실 문을 열어두고 오가는 직원들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밖에서 누구든 볼 수 있으니 스스로 경각심이 생기는 동시에 사장이라고 해도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대리, 과장 등 직원들 누구나 들어와서 좀 가르쳐 달라는 의미”라고 했다.

김복환 KIND 사장. /KIND 제공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KIND는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진출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KIND는 국내 유일의 PPP 전문기관으로서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개발사업 진출을 위한 종합지원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직접투자, 정책펀드를 활용한 간접투자, 사업발굴, 개발지원 등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KIND는 7년간 19개국 31개 사업에 약 7억9000만 달러 규모의 직접투자를 승인하고, 약 13조원 규모의 해외 수주를 창출했다.

또 정책펀드를 활용한 간접투자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펀드·글로벌 인프라 펀드(GIF), 녹색인프라 해외수출 지원펀드 등 정부 정책펀드를 활용해 민간의 재원을 매칭하는 모자펀드 방식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책펀드를 통해 44개 사업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약 4조6000억원 규모 해외 수주를 지원했다. 현재 주요 해외거점 6개 국가에 인프라협력센터와 사무소를 운영해 발주처와의 네트워크 형성, 사업정보를 발굴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는 현재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걷고 있는데 해외 건설 시장은 국내 건설사의 진출 여건이 어떠한가?

“현재 국내 건설 시장은 부동산 경기 위축, 고금리 지속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민간 수주 감소와 금융조달 여건 악화는 국내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많은 제약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보면 상황이 다르다.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나 고유가, 일부 지역의 불확실성 같은 변수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어려운 국내 건설시장의 현황을 고려할 때 해외 건설 시장은 여전히 국내 기업에게 도전적이고 매력적인 기회의 장이다.

전 세계 국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녹색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분야는 국내 건설사들이 이미 풍부한 시공·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충분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수요도 커지고 있다. 동남아, 중동, 중남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발맞춰 도로, 철도, 항만, 공항은 물론 병원, 학교, 주택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기술 도입 확대도 해외 시장의 주축이 되고 있다. 빌딩정보모델링(BIM), 디지털 트윈, 모듈러 공법, 자동화 시공 등 스마트 기술이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기술 혁신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다만 개별 국가나 프로젝트에 따라 제도적, 재무적, 사업 구조 측면에서 면밀한 분석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KIND는 정보 제공, 금융 지원, 리스크 관리, 네트워킹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국내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의 어려운 여건을 넘어 해외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시기다.

-올해 총 수주 목표액과 수주 확률이 높은 주요 사업장은?

“KIND는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개발사업 진출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연간 직접투자 승인 건수와 금액을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KIND의 투자 승인은 우리 기업과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투자)함으로써 부족한 금융경쟁력을 보완하고 사업의 신용도를 높여 수주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KIND는 총 8건, 약 1억4000만 달러 규모의 직접투자 승인을 통해 다양한 투자개발형 사업을 지원했다. 올해는 직접투자 승인 목표를 총 10건, 약 2억1000만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1.5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기준으로 수주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KIND가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공항 현대화’ 프로젝트가 있다. 이 사업은 최근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종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에너지 및 플랜트 중심의 대형 PPP사업을 추진 중이다. KIND는 공공·민간·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팀코리아 체계를 기반으로 사업 구조화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도 카타르Facility E 사업과 같은 대형 투자개발형사업 1건 이상 수주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김복환 KIND 사장. /KIND 제공

-최근 우즈베키스탄에 방문해 샤브카트 미로모노비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인프라 투자개발사업 확대를 논의했다고 하는데 어떤 사업들이 거론됐나?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단일 프로젝트를 넘어 양국 간 인프라 개발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 협력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우르겐치 공항 현대화사업 외에도 타슈켄트 스마트 바이오클러스터 개발사업, 타슈켄트-시마르칸트 고속철도 건설사업 등이 언급됐다.

먼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스마트 바이오클러스터 개발사업은 우즈베키스탄 정부 주도의 타슈켄트 Pharma-park(파마파크)의 확장 부지를 대상으로 한국형 스마트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프로젝트다. KIND는 국토교통부의 K-City Network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사업 대상지는 타슈켄트 외곽 장기아타 지역으로, 생산, 교육, 연구개발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스마트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우즈베키스탄 혁신개발청, 제약산업발전청, KIND 3자 간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사마르칸트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와 역사·문화 중심지인 사마르칸트를 연결하는 약 300㎞ 구간에 고속 여객철도 노선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 지원 아래국가철도공단을 중심으로 한 K-철도 원팀(국가철도공단, 코레일, 삼안엔지니어링, 동명기술공단)이 타당성조사를 수행 중이다.

이 사업은 양국 간 철도 분야 협력을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 방문 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본 사업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된 것은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한국과 철도·인프라분야 전반에 걸친 전략적 협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EPC 수주 역사는 오래됐지만 투자개발사업에선 미진한데 이유가 뭔지 설명해 달라.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해외 EPC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왔다. 하지만 PPP는 사업기획, 금융조달, 운영‧관리까지 종합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복합 구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 진출 기반이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EPC는 발주처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인 반면, 투자개발사업은 사업성 검토, 법률·재무 검토, 현지 파트너십 구축, 운영·관리까지 사업의 전 과정에 걸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사업 성과에 따라 수익과 리스크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낄 수 있다. EPC에 비해 수익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성도 기업 참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조달 역량 부족도 PPP 진출 장벽 가운데 하나다. PPP는 초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며 다양한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PPP 인식 전환과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단순 시공자가 아니라 주체적 사업자로서 접근하는 관점이 중요하다. 사업 기획,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KIND는 해당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약점을 보완하고 해외 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KIND는 디벨로퍼 기능을 강화하고, 글로벌 디벨로퍼와의 협업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또 우리 기업이 KIND의 플랫폼을 통해 간접적으로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도 게을리 해선 안된다. 해외 투자개발사업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선도 기업이나 현지 강소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상호 강점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복환 KIND 사장. /KIND 제공

-해외 PPP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KIND에서 개선해야 할 규정이나 제도가 있다면?

“해외 PPP는 사업 구조가 복잡하고, 관련 기관이나 민간 기업 간의 조율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이런 특성 때문에 민간 기업이 혼자서 해외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아 공공기관인 KIND가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KIND는 내부규정과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

우선 직접투자 재원 확보가 더 필요하다. KIND는 기업과 함께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 재원이 필요한데, 현재는 채권 발행에 의존하고 있어 이자 부담과 부채 증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KIND가 우리 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면 정부의 추가 출자 등 안정적인 재정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논의를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시공 수주 중심의 투자 요건 완화도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KIND는 ‘우리 기업이 직접 시공에 참여하는 사업’에 한해 투자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실제 해외 PPP에서는 현지건설사가 시공을 주도하고, 우리 기업은 설계, 감리 등 개별 전문분야에 참여하거나 PM·CM 또는 투자자로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직접 시공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내 기업이 실질적으로 사업에 기여하고 있다면, KIND의 투자 대상에서 배제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기존처럼 시공 수주만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 참여 형태를 유연하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부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과거에는 해외공사 수주액이 공사 투자금액의 2배 이상이어야 KIND 투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기자재나 차량 수출 실적 등도 유관 산업의 해외진출 효과로 인정해 수주액과 유관산업 진출 효과를 합산해 투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이 PM·CM이나 사업 컨설팅 분야에 참여하거나 펀드 투자 등을 통해 참여하는 경우까지도 실질적 참여로 간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인정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사장 취임 후 남은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KIND가 단순한 지원기관을 넘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이끄는 ‘리딩 기관’으로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기 동안 KIND 주도형 사업 발굴과 리딩 기능 강화, KIND 직접투자 확대를 통한 PPP 수주 경쟁력 강화, 자본금 확충 및 조직 역량 강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 해외건설 수주 2조 달러 시대의 기반 마련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금까지 KIND는 주로 금융투자자(FI)로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에 더해 ‘디벨로퍼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KIND가 직접 프로젝트를 발굴·구조화하고, 글로벌 파트너와 공동으로 주도하는 사업 모델을 늘릴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센터의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하고, 필요 시 해외 법인이나 지사 설립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해 1억4000만 달러였던 연간 투자승인 규모를 올해는 2억1000만 달러, 오는 2027년까지는 2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본금 확충과 조직 역량을 강화에도 관심을 쏟을 예정이다. 현재 법정 자본금은 2조원으로 상향됐지만 납입자본금은 아직 부족하다. 추가 출자 유치를 위해 정부 및 국회와 협력해 안정적인 재정 기반 마련을 노력 중이다.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선 PM·CM, 소규모 도시개발 등 우리 기업이 비교적 진입이 용이한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에서 기획·구조화·재원 조달까지 포함한 맞춤형 토탈 솔루션을 제공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안착을 도울 예정이다.

KIND는 지난해 국내 기업 해외건설 수주 실적에서 9위를 달성했다. 내실을 다져 중장기적으로는 5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PPP분야에서는 글로벌 2위권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단순히 기관 차원의 비전이 아니라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기획부터 운영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