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인에 임대료 삭감을 요청한 홈플러스가 신한서부티엔디부동산투자회사(리츠)와 임대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임대인을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이후 협상을 매듭 지은 첫 사례다.
홈플러스는 보증금 성격의 선납 임대료를 2배 올리는 대신 연 임차료를 35% 인하하게 된다. 매달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연간 임대료는 줄어들지만 선납 임대료 증가에 따라 전체 임대료 수준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8일 부동산·리츠 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전일 이사회에서 홈플러스와의 임대차 변경 계약을 체결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와 홈플러스는 이날 계약서를 체결하고 협상을 종결한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쇼핑몰 ‘인천스퀘어원’ 지하에 입점한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두고 있다. 이 리츠에서 홈플러스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다.
변경된 임대차 계약에 따르면 신한서부티엔디리츠의 연 수취 임대료는 59억4000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임대료의 구조가 달라졌다. 선납 임대료가 올라가는 대신 연 임대료는 낮아진다. 선납 임대료는 기존 15억원에서 30억5000만원으로 2배가량 인상됐다. 반면 연 임대료는 기존 44억4000만원에서 28억9000만원으로 내려갔다. 홈플러스가 요구한 35% 수준의 인하가 이뤄지는 것이다.
선납 임대료는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홈플러스로부터 미리 수취해 예치한 금액을 1년 단위로 차감해 인식하는 임대료다. 지난달 기준 전체 선납 임대료는 120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구조로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월 임대료가 4억9533만원 수준으로 동일하지만, 홈플러스가 실제로 내야 하는 금액은 1억원 넘게 줄어든다.
이번 임대차 계약 조정은 홈플러스의 임대료 감액 요청에 따른 것이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홈플러스는 지난달 임대인들에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공모 부동산 펀드와 공모 리츠를 상대로는 35%, 사모 부동산 펀드와 사모리츠에는 50% 감액을 요청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공모 리츠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 측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에 따라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와 해당 자산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임대차 변경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리츠는 “임대차 계약의 효력은 홈플러스의 서울회생법원 승인을 정지조건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임대차 만기는 2029년 5월 31일 또는 예치한 선납 임대료가 소진되는 직전 월 말일 중 빠른 날이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와 홈플러스의 임대차 계약 변경이 마무리되면서 홈플러스가 다른 임대인과의 임대차 계약도 비슷하게 변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홈플러스가 점포별 상황에 따라 임대차 계약 협상안을 다르게 제시하고 있어 계약 구조는 각기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점포별 매출 상황 등을 고려해 임대인과의 임대료 할인율을 다르게 협상하고 있다”며 “임대료가 연납인지, 월납인지도 다르고, 매출 상황도 상이하기 때문에 임대인별로 다른 내용의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다른 임대인들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평촌점과 사당점을 임차인으로 둔 KB부동산신탁은 홈플러스와의 새로운 임대차 계약 변경에 대한 협의안의 골격이 나온 상황이다. 이사회를 거쳐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임대차 계약 변경안이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홈플러스 매장 5곳을 임차인으로 보유한 DL그룹은 여전히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매장으로 10곳을 임대한 MDM자산운용 역시 임대료를 대폭 깎아 달라는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낸 임차료로 차입금 이자를 납부해왔는데, 임차료를 줄이면 이자를 납부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상이 잘 진행된 곳이 있지만 계약 사항이다 보니 세부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영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면서, 회생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