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가 모듈러 사업에서 철수한다. 모듈러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포스코에이앤씨 건축사사무소의 관련 사업 부문을 전문업체에 통매각하기로 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모듈러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가 모듈러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사업 부문을 매각한 회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초로 모듈러 사업을 시작한 기업으로 현재는 삼성전자와 AI 가전 부문을 협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듈러 건축은 벽체·창호·배관·욕실 등 표준화된 모듈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조립한 후 건축물을 완공하는 스마트 건설 기법이다.
26일 금융감독원과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자회사 포스코에이앤씨 건축사사무소는 지난 20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모듈러 제작과 설치사업 일체를 모듈러 전문기업인 유창이앤씨에 양도하기로 했다. 모듈러 사업 관련 자산과 인력 등을5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양도예정일은 오는 6월 21일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 “주력 사업 집중을 위한 자산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모듈러 사업은 당분간 한발 물러나 손을 떼고 기존 방식의 사업에 주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에이앤씨 건축사사무소는 포스코이앤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건축물 설계와 공사감리, 금속구조물 창호공사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모듈러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공동출자를 통해 사우디 내에 모듈러 제작시설을 짓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의 미래형 도시 개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일부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GS건설은 2020년 모듈러 공법의 일종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Precast Concrete) 제조 자회사 ‘GPC’와 목조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설립해 모듈러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GPC와 함께 충북 음성 GPC 공장 부지 내에서 모듈러 공법으로 만든 공동주택 목업(Mock-up·실제와 같은 시험 건축물)을 완공하고, 주거 성능 검증까지 마쳤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 2023년 6월 경기 용인시 영덕동에 13층짜리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완성했다.
건설업계에선 포스코이앤씨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모듈러 사업이 현재로서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모듈러가 선구적인 공법이기는 하지만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낮출 정도의 수요가 없다”며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들어가고 기술적 완성도도 낮은 상태라 포스코이앤씨가 전략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기존 현장 타설 방식의 건축보다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이 없고 모듈을 운반해 오는 것도 상당히 어려워 노동력 절감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일부 건설사들이 이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이앤씨가 모듈러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유창이앤씨는 1984년 설립된 곳으로 건축자재 생산·판매, 철물공사, 모듈러 제작 등을 하는 곳이다. 2003년에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1274번지에 있는 신기초등학교의 증축 공사를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으로 완성했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삼성전자의 시스템 에어컨·사이니지·냉장고·세탁기 등 AI 가전, 약 4200종의 스마트싱스 프로 연동 기기를 유창이앤씨의 모듈러 건축물에 적용하기로 했다. 스마트싱스 프로는 AI 가전 등 다양한 기기와 시스템을 통합 관리·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