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면서 재건축 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 침체,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로 현장에서는 당장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 도봉구의 한 고층빌딩에서 본 노원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 /뉴스1

2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 달 4일부터 안전진단의 명칭과 실시 시점 조정하는 안전진단 제도개편을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진행이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 법안이다.

현재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면,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등을 평가하는 안전진단 절차가 필수였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비구역 지정이 불가능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용어가 안전진단에서 재건축진단으로 바뀌고, 현지조사 절차가 폐지된다.

구체적으로 기존에는 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받아 위험성이 확인돼야 조합설립 등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수 있지만, 해당 개정안 시행 시 준공 이후 특정 기간이 지난 아파트 주민은 원하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사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했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없이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조합설립을 진행할 수 있다. 안전진단은 사업 시행계획계획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앞서 지난 1일에도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기존에는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조건을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동의율 70%로 완화됐다. 토지면적 기준도 75%에서 70% 이상으로 완화됐다.

또한 상가를 포함해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던 것을 상가에 대해서는 소유자의 3분의 1 이상 동의로 완화됐다. 현행법상 상가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본다. 이에 따라 국토부 및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설립 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같은 정책으로 노후 아파트 비중이 큰 노원구, 도봉구, 양천구 등이 수혜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준공 30년이 훌쩍 넘은 단지들이 지금까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정밀안전진단은 소유주들로부터 많게는 수억원의 진단 비용을 모금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득도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노후 단지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사비 상승 탓에 분담금으로 인한 갈등 등이 늘어났고 사업성 악화로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 만큼 개정안 시행에도 큰 영향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지역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물론 안전진단도 시간을 많이 들여야 했지만, 최근에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높은 분담금 때문에 사업 진행이 잘 안 된다”며 “재건축 속도가 빨라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분담금 부담, 사업성 확보 등 경제적인 부분과 관련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노후화된 단지에는 희소식이지만 강남처럼 자금 여유가 있고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지역이 아니라면 분담금 문제 등 소유주들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해서 속도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효과 보려면 용적률 완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용적률을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분양가 상한제 해제 등이 함께 이뤄져서 분담금 부담을 덜어줘야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