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 현황을 담은 ‘주택통계’ 보도자료에서 ’10년 대비 증감’ 수치를 누락한 것이 뒤늦게 파악됐다. 국토부는 그동안 연간 주택 인허가, 착공, 분양(승인), 준공(입주) 등 공급 현황을 과거 10년 평균과 비교한 증감율을 공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자료에는 해당 통계가 빠졌다. 공급이 극심하게 부족했던 2023년과 비교한 수치만 공개돼 오히려 주택공급이 개선된 듯한 ‘착시효과’를 유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조선비즈가 ‘국토부 통계누리’를 기반으로 산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 착공 물량은 30만5331가구로 10년 평균(51만1195가구) 대비 40.3% 감소했다. 다만 전년(24만2188가구) 대비로는 26.1% 증가했다.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2024년 전체 착공 실적은) 선호도 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도권과 지방 모두 크게 증가했다”면서 “특히, 공공주택 착공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적보증 확대 등의 영향으로 민간주택 착공 또한 11%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국토부는 지난 2월 5일 배포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 보도자료에서 연간 주택 착공을 비롯해 인허가, 분양, 준공 등 공급에 대해 ‘전년 대비 증감’ 수치만 공개했다. 2023년 12월까지만 해도 ’10년 대비 증감’이 함께 기재됐다. 2020~2022년 해당 자료에서는 ’10년 대비 증감’과 더불어 ‘5년 대비 증감’도 공개됐다. 5~10년 장기 평균 통계치와 비교해 해당 연도의 공급 수준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년 전과만 비교했을 때 기저효과로 인해 공급현황을 오판할 수 있다.

지난해 주택 공급은 과거 10년 평균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줄었다. 주택 분양은 23만1048가구로 10년 평균(34만1421가구)보다 32.3% 감소했다. 인허가 물량은 42만8244가구로, 10년 평균(56만5564가구)대비 24.3% 줄어들었다. 준공 물량은 같은 기준으로 48만7278가구에서 44만9835가구로 7.7% 감소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한 단기 증감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주택 분양은 2023년 19만2425가구에서 지난해 23만1048가구로 20.1% 늘었다. 같은 기간 준공은 43만6055가구에서 44만9835가구로 3.2% 증가했다. 인허가는 42만8744가구에서 42만8244가구로 0.1% 줄었다.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금리 상승으로 2023년 주택 공급은 최악의 상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급 통계를 1년 전과만 비교한다면 ‘기저효과’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2024년 12월 착공실적(위), 2023년 12월 착공실적(아래)/국토부 제공

부동산 시장에서는 국토부의 장기 공급 통계 누락을 두고 일제히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주택정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가 일관적이지 않은 통계를 제공해 시장에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급 절벽에 따른 ‘집값 상승 전망’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장기 평균 통계를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 인허가, 착공의 감소는 현재의 공급감소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국토부가 제공하는 통계를 활용해 사업계획을 잡는 건설업계는 물론 주택 수요자들도 시장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주택공급 정책을 주관하는 부처라면 오히려 2년 연속 ‘공급절벽’이라는 점을 시장에 알려 경각심을 갖도록 했어야 한다”면서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통계 편제가 바뀌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보기가 불편해 지난해 12월 자료부터 ’10년 대비 증감’을 제외하기로 했다”면서 “온라인 상의 ‘국토부 통계누리’를 활용한다면 해당 통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 10년 대비 증감 통계가 필요한 기관들은 아마 다 별도로 수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