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간 미분양주택이 올해 처음으로 1000건 아래로 내려갔다. 다만 전용 60㎡ 이하 중소형 면적은 여전히 미분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서울 민간 미분양주택은 942가구를 기록했다. 서울 민간 미분양주택은 올해 1월 1352가구에서 2월 1002가구로 약 26%(350가구) 줄어든 뒤 3월에도 약 6%(60가구) 감소했다.
서울 민간 미분양주택 가운데 78%가 전용 40㎡ 이하, 전용 40~60㎡ 등 중소형 면적에 집중 돼 있다. 올해 3월 말 서울 미분양주택은 전용 40㎡ 이하가 269가구, 전용 40~60㎡가 330가구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나머지 전용 60~85㎡(156가구)와 전용 85㎡ 초과(45가구) 면적 비중은 총 22%에 그쳤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미분양주택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중랑구였다. 중랑구에는 지난 2월 전용 85㎡ 초과 주택 51가구가 미분양됐는데 이는 상봉동 ‘상봉더샵 퍼스트월드’ 아파트 한 곳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 달 뒤 상봉더샵 퍼스트월드 분양이 완판되면서 중랑구 민간 미분양주택은 ‘0’(제로)이 됐다.
이어 강동구와 양천구가 각각 4가구씩 미분양이 줄었고, 용산구(2가구 감소), 성북구(1가구 감소) 순으로 감소했다. 반면 도봉구는 유일하게 미분양주택이 2가구 늘었다.
서울에서 전용 60㎡ 이하 중소형 면적 약 60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주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된 분양가격이다.
올 3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민간 미분양 주택이 있는 강동구(287가구)를 보면 전용 40㎡(214가구)와 전용 40~60㎡(73가구)의 미분양주택이 몰려있다. 특히 길동에 2~4년 전 공급한 약 100가구 이하 단지에 미분양이 많았다.
지난해 4월 입주한 길동 ‘강동 중앙하이츠시티’(주상복합)는 전용면적 44~49㎡, 96가구로 구성돼 있는데 당시 분양가격은 7억~8억원대였다. 같은 길동에서 20여년 된 주상복합 ‘한빛’ 아파트(317가구) 전용 42㎡가 지난해 5월 3억6900만원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분양가가 비싸다는 부동산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길동역까지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 역세권 신축 단지인 데도 불구하고 32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 상태다.
마찬가지로 길동역 역세권 소규모 단지인 ‘에스아이팰리스 강동센텀 1차’(주상복합, 64가구)와 ‘에스아이팰리스 강동센텀 2차’(도시형생활주택, 96가구)의 전용 27~42㎡ 분양가는 3억~6억원대였다. 올해 3월 말 기준 에스아이팰리스 1차와 2차는 각각 41가구, 75가구가 미분양됐다.
길동에서는 ‘경지아리움’(32가구 미분양), ‘다성이즈빌’(15가구 미분양), ‘퍼스원시티’(45가구 미분양) 등도 미분양을 털지 못하고 있다. 천호동에는 ‘천호역 마에스트로’(14가구 미분양), ‘미사아름채 아파트’(25가구 미분양), ‘천호 아스하임 오피스텔’(8가구 미분양) 등이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 신축에 역세권 단지라고 해도 100~200가구로 소규모에 그치고 원룸에서 투룸인데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격이 비싸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비싼 가격에 원룸‧투룸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인근 전용 59~84㎡ 구축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