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로 엮이면서 4~5월 주가가 저점대비 14배까지 뛰어오른 상지건설에 대해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지건설이 주력하고 있는 고급 오피스텔과 빌라 개발사업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해 1분기 적자 전환한 상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수차례 최대주주가 바뀐 곳이다. 현재 상지건설의 최대주주는 과거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된 이력이 있다. 최근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CB)를 재매각하고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상지건설의 프리미엄 고급 주택 브랜드 상지 카일룸 적용 사진. /상지건설 홈페이지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지건설 주가는 지난 4월 1일 3165원(종가 기준)에서 5월 12일 4만6750원까지 오르면서 14배 이상 뛰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상지건설의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 상승에 불을 지핀 것이다. 다만 임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퇴임해 현재 상지건설과 관련이 없는 상태다.

상지건설은 고급 빌라와 오피스텔을 시공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성장한 회사다. 1979년 6월 21일 설립 당시에는 창흥통신건설이라는 사명으로 영상, 음향, 통신장비 제조업으로 시작했다.

2000년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2003년 동문건설의 통신 계열사로 흡수되면서 동문정보통신으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동문건설이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면서 최대주주가 수차례 변경되면서 르네코, 포워드컴퍼니스, 상지카일룸 등으로 사명이 계속 바뀌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급 빌라 공급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건 20여년 전부터다. 2004년 건축공사업을 사업 목록에 추가한 뒤 서울 청담, 방배, 서초, 삼성 등에 ‘상지 리츠빌’이라는 고급 주택 브랜드로 서울 고급 빌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 ‘상지 카일룸’,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상지 카일루스’ 등 고급 주거시설 브랜드 론칭을 이어가면서 단순 시공에 그쳤던 사업 영역을 시행까지 확장했다.

상지건설의 최대주주는 중앙첨단소재로, 올해 3월 말 기준 약 17.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차전지 소재사업을 영위하는 중앙첨단소재는 과거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된 이력이 있다. 또 협진(지분율 14.82%), 하이엔드홀딩스(지분율 3.3%) 등이 상지건설의 주요 주주로 있다.

완전 자회사로 카일룸디앤디, 상지그린에너지, 카일룸도산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카일룸디앤디와 카일룸도산을 통해 각각 논현동에 고급 오피스텔과 고급 주상복합을 지어 분양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243-31·32 하이엔드 오피스텔 ‘상지카일룸M’ 예상 조감도. /상지건설 제공

상지건설은 부동산 경기 호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243-31·32 일대에 하이엔드 오피스텔 ‘상지카일룸M’을 분양해 완판에 성공했다. 카일룸디앤디가 시행하는 상지카일룸M은 연면적 9402㎡에 지하 3층~지상 17층, 전용면적 51~78㎡, 88실 규모 하이엔드 오피스텔이다. 분양가는 3.3㎡당 약 1억7000만원으로, 한 실당 약 20억원에 달했지만 분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과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지난 2023년 12월 준공 후 상지카일룸M 수분양자들이 유동 자금 부족으로 중도금·잔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줄줄이 발생했다. 88실 가운데 약 10실의 계약 해지가 발생해 상지건설은 지난해 5월 이에 대한 약 103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또 서울 강남구 논현동 98·98-1에서 시행하는 고급 주상복합 ‘상지 카일룸 에스칼라’ 역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여건 악화로 본 PF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본PF 전환을 위한 사전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사전계약률 확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지건설은 본PF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단독 시행에서 공동 시행으로 선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 2개 필지에서 바로 옆인 논현동 98-5, 98-6 등 2개 필지를 사업지에 추가하고, 해당 토지주인 두산미래산업을 공동 시행자로 추가했다. 사업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파트 전용면적을 기존 약 40~65㎡ 등 소형 위주에서 약 200㎡ 이상 대형으로 변경하고, 오피스텔도 28실에서 5실로 줄였다.

당초 대지면적 1058㎡, 연면적 6704㎡, 지하 3층~지상 15층, 1개 동 규모의 상지카일룸 에스칼라 개발사업은 대지면적 2025㎡, 연면적 1만5466㎡, 지하 5층~지상 19층, 1개 동 규모로 커졌다. 초기 계약금도 260억원에서 702억원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상지건설은 매출액 급감과 함께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2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107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204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8% 이상 감소했다. 2023년에는 324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217억7000만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보다 영업손실이 더 큰 셈이다.

현금 유동성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말 429억8000만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년 새 88억9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7억원으로, 3개월 만에 45억원 이상 줄었다.

상지건설은 최근 카일룸도산 개발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 2월 7일 사업운영 자금과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주주우선 공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이다. 당시 주가는 액면가인 5000원 미만이었기 때문에 신주 예정 발행가액은 5000원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정치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급등하면서 신주발행가액은 기존 5000원에서 2만2850원으로 올랐고, 자금 조달 목표 규모도 200억원에서 914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주가가 급등하고 신주 발행가가 오르면서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는 소수에 그쳤다. 914억원을 목표로 한 유상증자에 약 11%의 주주가 참여해 102억원이 납입되는데 그쳤다. 90%가까운 주주가 유증을 포기한 셈이다.

상지건설은 메자닌 증권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상지건설은 2023년 11월 메리츠증권이 12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사들였는데, 이 CB를 지난 4일 다른 투자자들에게 153억원에 다시 매각했다.

CB 재매각 자금 153억원과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102억원을 합치면 총 255억원을 확보해 당초 200억원의 목표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는 게 상지건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지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감소와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은 상지카일룸M 채무 인수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상지건설 관계자는 “이미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잡혀있던 상지카일룸M 개발사업에서 약 10실의 분양 계약이 해지된 것이 지난해 실적에 반영되면서 매출이 줄고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카일룸도산 본PF 전환이 이뤄지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지건설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데도 불구하고 정치 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상지건설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을 때는 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상지건설이 정치 테마주로 엮이면서 가파르게 오르니 조금 부담스러운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