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의 원도심인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에서 진행 중인 공공재개발이 사업 초기부터 분양가 책정 등으로 인한 갈등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비판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1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성남 수정구 수진동 963번지 일대 원도심 핵심 정비지구 중 하나인 수진1구역은 2021년 1월 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고 같은 해 3월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됐다. 이후 지난 2022년 10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지난해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조합원들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 분양가 추산액은 전용면적 59㎡ 기준 7억9896만원, 84㎡ 기준 9억8515만원 선이다. 조합원들은 종전 자산가를 감안하면 추가 분담금이 3억~5억원 수준이라며 반발했다.
한 수진1구역 조합원은 “일단 현재는 추정치기 때문에 분양 신청을 받고 정확한 분양가가 책정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며 “조합에서는 이미 LH 측에 항의도 했고, 임대 비율을 낮추는 등 다각도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당장 분양가만 놓고 이야기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신흥1구역은 군 고도제한 규제로 사업성에 타격을 입었다. 신흥1구역은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4900번지 일대로 성남시에서 2021년 LH를 신흥1구역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뒤 같은 해 8월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승인했다. 이듬해 11월 GS건설 컨소시엄(GS건설·DL이앤씨·코오롱글로벌)이 시공자로 참여했다. 이후 지난해 5월 LH 등은 지상 최고 15층, 4135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등을 건립하는 내용으로 시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공군이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민대표회의와 갈등이 빚어졌다. 성남시는 서울공항이 있어 시내 전역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상 고도제한 규제를 받는다. 성남에서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시행하면 반드시 공군 측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LH 등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면서 구역 전체의 평균 땅 높이를 기준으로 45m 높이로 층수를 정했지만 신흥1구역은 경사지로 공군이 건물이 들어설 위치 중 가장 낮은 땅을 기준으로 층수를 정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일부 동은 15층에서 13층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가구수도 약 200가구 줄어들게 돼 사업성 악화와 분담금 증가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유현수 신흥1구역 재개발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성남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유 위원장은 “단지 과한 유권해석을 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공군 측에서 2주 정도 뒤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농성을 철수했는데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LH관계자는 “공군 측에 공식문서를 보냈다. 아마 공군도 내부 검토를 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공식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구역들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성남 원도심 내 다른 구역 공공재개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공공재개발의 경우 용적률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조합원들의 공사비 부담을 줄여줘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장점 중 하나인데 사업 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갈등이 발생하면 오히려 사업이 지지부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원도심 내 다른 재개발 사업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