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후방산업인 시멘트, 레미콘 등 건자재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건자재업계는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2024년 7월 1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의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7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출하량은 4419만톤(t)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096만톤) 대비 약 11.8% 감소한 수치다. 특히 내수 출하량은 전년(5023만톤) 대비 13.2% 줄어든 4360만톤에 그쳤다.

올해 1~2월 시멘트 내수 출하 실적도 445만톤으로, 전년 동기(591만톤)에 비해 24.8% 줄어들었다.

레미콘업계 역시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레미콘 연간 생산량은 1억1200루베(㎥)를 기록했다. 2022년 1억4134만 루베에 이어 2023년 1억3583 루베로 약 3.9% 줄어든 뒤, 지난해에도 약 17.5% 감소했다.

이 같은 건자재업계 불황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진 영향이 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기 이후 건설공사비가 약 30% 올랐고,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크게 줄면서 건설 후방산업인 시멘트, 레미콘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

건자재업계는 건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KCC 도장로봇 'SMART CANVAS'가 KCC 안성공장 바닥면을 로봇 전용 에폭시도료로 도장하고 있다. /KCC 제공

KCC는 AI(인공지능)와 자율이동로봇(AMR)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도장 로봇 ‘스마트캔버스’를 통해 물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마트캔버스는 수평면 도장 작업을 자동화한 첨단 로봇이다.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도장 공간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장애물이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밀한 주행과 도장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삼표그룹도 자율주행 로봇주차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사업을 본격했다. 삼표그룹은 세계적인 로봇주차 기술을 보유한 셈페르엠과 2022년 합작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무인운반시스템(AGV) 방식으로 주차 로봇과 운반체계를 결합한 기술인 ‘엠피시스템’(MPSystem)을 보유하고 있다. 차량 무게 3톤 이상까지 운반이 가능하고, 높이 99mm의 주차 로봇이 각 층별 수직으로 차량을 들어 올려 좁은 공간까지 촘촘하게 주차할 수 있다.

유진그룹은 화재 현장 근처에서 나무, 잡풀 등을 제거해 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 ‘산불진화 방재 로봇’ 개발에 나섰다. 유진그룹 계열사인 로봇·물류 자동화 기업 티엑스알로보틱스는 중국의 소방 로봇 전문기업 ‘궈싱즈넝’(GuoXing Intelligent)과 이 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일시멘트도 주로 유지보수나 리모델링에 쓰이는 드라이 몰탈 브랜드 ‘레미탈’을 내세워 건설업 불황에 대응하고 있다. 드라이 몰탈은 시멘트에 모래를 섞은 몰탈을 건조한 것으로 물만 섞으면 시공에 활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신제품을 개발하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도 몰두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과 공동으로 균열 저감 효과가 높은 ‘라텍스 누름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콘크리트에 라텍스 입자를 혼합해 필름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균열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섬유보강 콘크리트에 비해 시공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방수가 필수적인 구조물에서는 방수층을 보호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양한 건설 현장에 적용이 가능하다.

KCC는 단열 성능은 유지하면서 밀도를 기존 40K(㎏/㎥)에서 24K로 약 40% 낮추는 외단열재 그라스울 제품인 ‘워터세이프 네이처 24K’를 출시했다. 또 불연 천장재 ‘석고텍스’의 규격을 1.5배 확대한 ‘석고텍스 PLUS’도 새롭게 선보였다.

삼표그룹은 조립식 콘크리트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PC) 공법 활성화에 나섰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피앤씨는 동일기술공사와 교량 바닥판 PC 공법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교량 바닥판(슬라브)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으로, 현장에서 직접 콘크리트를 제작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균일한 품질 등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로 공사 현장이 줄어들면서 건자재 수요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며 “건자재 기업들은 향후 건설 경기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때를 대비해 시공 편의성을 강화한 자재를 꾸준히 출시해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