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10년 동안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재무건전성 개선을 인정받아 신용등급까지 상향됐다. 대규모 손실로 2021년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에 인수된 두산건설이 재무구조의 내실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사모펀드가 기업을 다시 되팔기 위해 단기 실적 개선을 위한 사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7일 신용평가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9일 두산건설에 대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의 신용등급을 모두 기존 B에서 ‘B+’로 1노치(notch) 상향했다. 노치는 알파벳에 ‘+, 0, -’를 붙여 나타내는 신용등급 세부단위다. 자본 확충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으며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이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기업2실 선임연구원은 “두산건설은 지금까지 부실 자산과 장기간 미착공한 사업장 등의 영향으로 사업 경쟁력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았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이 나오고 재무구조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1080억918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609억800만원보다 77% 늘어난 수치고, 2014년(약 1328억원) 이후 10년 만의 최고 실적이다. 2년 전인 2022년(301억900만원)과 견주면 3배 넘게 영업이익이 늘었다.
두산건설의 고급 주거 브랜드인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선전도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3월 경기 용인시 삼가동에서 분양했던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의 분양으로 271억원을 회수했고 2023년 하반기부터 분양을 시작했던 부산 남구 우암동 ‘우암2재개발’ 사업의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도 완판하며 526억원을 회수했다.
두산건설 종속회사인 밸류그로스의 재무구조 개선도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내실화에 힘을 보탰다. 밸류그로스는 두산건설이 2020년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한 회사다. 일산 위브더제니스 상가, 인천 학익 두산위브 아파트, 한우리 리조트 등 분양이 원활하지 못한 사업장 등의 자산과 부채, 계약 등을 한데 모아 일종의 ‘배드뱅크’로 만든 곳이다.
밸류그로스는 설립 당시 두산건설이 지분의 69.5%(36만5372만주)를, 두산큐벡스가 30.5%(16만주)를 보유했다. 두산큐벡스는 밸류그로스 지분을 800억원에 취득하면서 취득 후 3년 후부터 정해진 가격으로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받았다. 두산큐벡스가 풋옵션을 청구하면 밸류그로스가 이를 상환해야 하는 일종의 부채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청구 기간이 지나면서 두산큐벡스는 지분을 장기 보유하는 주주가 됐고 부채로 인식되던 큐벡스의 지분은 자본으로 전환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무제표가 개선된 것은 좋은 징후이지만 사모펀드가 소유한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올려 되팔기 위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력 감축 등으로 이익 수준을 높이는 경우도 많아 두산건설도 이런 경우가 아닌지 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계속 두산건설이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변했는지를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두산건설의 기업가치가 진짜 올라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건설의 이익 증가,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 이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에 기반한 선별 수주를 바탕으로 준수한 영업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자산과 사업 재평가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발채무 대부분은 분양이 완료된 사업장이거나 조합의 사업비 대출보증으로 실질적 PF는 업계 최소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부정적인 요소들은 개선하고,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강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기준 두산건설의 시공능력평가순위는 32위다. 두산건설의 시공능력은 BBB 등급의 신용을 보유하고 있는 계룡건설산업(시공능력평가 17위), 동부건설(22위), 한신공영(28위) 등과 견줘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