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3기 신도시 공공주택 등 신도시 활성화 정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선 공약에서도 외면 받은 2기 신도시(성남판교·화성동탄1·2·김포한강·파주운정·수원광교·양주·위례·평택고덕·인천검단)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성남 판교, 화성 동탄 등 확실한 교통 인프라를 갖춘 지역에서만 회복세를 보였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대장단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센트럴자이’ 전용 84㎡가 지난 5일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거래된 가격인 16억5000만원 대비 2000만원 하락했다. 신고가인 17억3000만원(2021년 6월)보다는 1억원 싼 가격이다.
김포한강신도시 ‘한강메트로자이 2단지’ 전용 84㎡는 지난 2일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거래된 7억5000만원 대비 7000만원 하락했다. 화성동탄신도시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65㎡는 지난 1일 직전 거래가인 12억5000만원보다 4500만원 하락한 12억500만원에 거래됐다.
파주운정신도시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17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9월 거래된 8억원 대비 5000만원 하락했다. 교통인프라를 갖춘 판교신도시, 광교신도시를 제외한 2기 신도시들 대부분 실거래가가 하락했다.
2기 신도시는 베드타운화가 진행되고, 최근 정책 등에서도 소외되면서 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후보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등 규제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공공분양주택 확대 및 4기 신도시 개발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노후 재건축단지들이 집중된 1기신도시 재정비와 공공주택을 기반으로 개발중인 3기 신도시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기 신도시는 지난해 11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13개 구역, 총 3만5987가구를 지정했다. 2026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거쳐 2027년까지 13개 구역 이주 후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입주를 목표로 내세웠다. 선도지구 지정 이후 지정 단지 인근 단지들까지 집값 상승세를 보였다.
3기 신도시는 분양가가 저렴한 공공분양을 앞세워 청약 흥행을 이뤘다. 공공분양주택 확대 정책이 시행되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2기 신도시는 해당 공약들에서 뚜렷한 언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집값 정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TX 노선이 발표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GTX 개통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가장 빠른 노선인 GTX-A도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을 정차하지 않는 ‘부분 개통’이 됐고, 그 외 노선들은 사업이 지연되거나 개통 시점이 많이 남은 상황이다. 위례신사선 좌초 등도 영향을 미쳤다.
위례신도시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호재 등 기대감이 있었지만 집값은 아직 한창 비쌀 때보다는 20% 가까이 저렴한 수준”이라며 “2기 신도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매수문의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인프라 확충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2기 신도시가 인프라를 잘 갖추고 활성화가 돼야 3기 신도시 이후 4, 5기 신도시를 추진할 때 신뢰가 생기는데 신도시 지정 이후 침체를 방치하면 향후 신도시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인프라를 마련하고 적절한 공급을 통해 서울 수요를 신도시로 분산해야 되는데 2기 신도시는 현재 방치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