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대장 아파트’가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 ‘잠실주공5단지’가 위치한 잠실역 일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엘·리·트가 준공 18년차에 접어들면서 대거 재건축이 진행 중인 곳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올 연말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 진주)’, ‘잠실 르엘(잠실 미성크로바)’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 전용 82㎡는 지난 3월 29일 39억75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30억원을 넘어선 뒤 약 9개월 만에 40억원에 근접하게 오른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현재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으로, 한강변에 위치해 있다. 조합은 연내 사업시행인가, 내년 관리처분인가를 목표에 두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진행 중이다. 통합심의는 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필요한 각종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하는 과정을 뜻한다. 시공사는 삼성물산,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으로, 최고 70층, 6491가구로 재건축된다.
길 건너 또 다른 한강변 단지인 ‘잠실 장미1·2·3차’가 재건축에 속도를 내면서 잠실역 일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송파구청은 지난 24일 장미1·2·3차 아파트 건축정비사업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변경안을 공람공고했다. 현재 3522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를 재건축 후 5165가구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이다. 이 아파트는 당초 69층의 초고층을 기획하다 공사비 상승, 공기 연장 등을 이유로 49층으로 낮춰 잡았다. 이 아파트는 잠실5단지와 함께 차후 잠실 대장주가 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인근의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잠실 르엘(1865가구)‘은 올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각각 잠실 진주, 잠실 미성크로바를 재건축 한 곳으로, 두 단지를 합하면 4500가구가 넘는다. 두 아파트는 엘·리·트가 2008~2009년 준공된 이후 약 20년 만에 잠실에 등장하는 신축이다. 엘·리·트는 엘스 5678가구, 리센츠 5563가구, 트리지움 3696가구로, 세 단지를 합하면 1만4937가구다. 당시 1만5000가구가 들어서면서 송파구 전세가격이 출렁일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잠실의 대장 아파트가 잠실새내역을 중심으로 한 기존 엘·리·트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잠실역을 중심으로 대거 재건축이 진행되면서다. 지난 2~3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가 약 한 달 가량 해제될 당시 엘·리·트는 매매 거래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매매거래 건수는 리센츠 91건, 엘스 84건, 트리지움 68건이다. 총 243건으로, 이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이 때 집을 판 상당수가 잠실5단지를 비롯한 재건축 단지로 갈아타기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세 단지 중 리센츠는 지난 3월 12일 전용 84㎡가 33억원(26층)으로 매매거래가 신고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됐을 당시 가격대를 높여 집을 판 뒤 잠실5단지를 매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꽤 있었다”면서 “엘·리·트가 그간 송파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었지만, 구축 연한으로 접어들면서 차기 랜드마크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장기적으로 잠실주공5단지가 잠실의 대장주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 입주하는 잠실르엘과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이 신축이어서 상당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동 근처에 개발 호재가 많다보니 잠실 끝 점에 있는 잠실우성1~3차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