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다시 증자에 나선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고 법에서 정한 보증 한도도 최대치까지 쌓여 추가로 보증할 여력이 없는 상황인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방 미분양 사업장 등에 대한 추가 보증을 올해 30조원 가까이 늘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공사는 관련 법에 따라 자기자본의 90배까지를 보증할 수 있어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야 보증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주택도시보증공사 지사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증자 규모를 놓고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가 정부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정부는 신주를 인수하는 대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지분을 출자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현물 출자 규모와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자 시기는 이르면 다음 달이 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의 최대주주는 국토교통부로 지난해 말 기준 79.41%(납입 자본금 35조776억2126만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국토부의 출자를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로 8.14%(납입 자본금 3조5964억7546만원)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정부가 현물 출자로 공사 자본금을 늘리려는 이유는 자본금에 따라 공사가 보증할 수 있는 한도금액이 정해지는데 이 한도액이 최대치까지 다다랐고, 공사는 올해도 30조원 이상을 추가로 보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공사는 자본금의 최대 90배(보증 배수)까지를 보증해 줄 수 있다. 이는 한시적으로 보증 배수를 늘려놓은 것으로 2027년 4월부터는 자본금의 70배까지만 보증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공사의 총자본금은 4조9409억3500만원으로 이의 90배는 444조6841억5000만원이다. 공사의 총보증액은 618조3161억원이다. 이 중 관련 법에서 보증한도액에서 제외하도록 한 금융사나 보험사의 추가 보증 또는 보험으로 손실 위험을 낮췄거나 부동산 담보물을 받고 이뤄진 보증을 제외하면 공사가 보증할 수 있는 한도액이 거의 한계치에 달한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보증 한도액은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추가 보증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공사의 보증할 수 있는 잔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라고 본다.

그래픽=손민균

보증 잔고는 바닥이 났지만, 공사는 올해 30조원 이상을 추가 보증해야 하는 처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사의 보증 확대 방침을 공개했다.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HUG 자본확충을 위한 정부 출자를 시행해 주택, PF, 정비사업, 지방 미분양 주택 등 공적보증을 30조원 이상 확대”하겠다고 했다. PF 보증과 재건축·재개발, 지방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보증을 최소 30조원 이상 늘리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공사에 최근 3년 동안 5조원 넘게 출자(현물+현금)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의 공사 출자액은 총 5조4739억원이다. 2021년 3900억원을 출자했고 2023년에도 3839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에는 7000억원과 한국도로공사 주식 4조원(시가 기준)을 출자했다.

정부의 지원에도 부동산 시장 악화와 부실 PF 확산, 전세보증 등의 영향으로 공사의 보증액과 손실도 커지고 있다. 보증해야 할 사업장은 많아졌지만, 채권회수율이 낮고 전세 사기 등으로 보증사고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조51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22년(4087억원), 2023년(3조8598억원)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증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없다”며 “곧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해 증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